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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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속 나라 알자스 여행의 필수품 오가닉 와인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하울의 움직이는 성’ 배경 알자스 콜마르/아름다운 와인 마을과 포도밭170km나 펼쳐져/여행 피로 씻어주는 ‘알자스 유기농 와인의 아버지’ 구스타브 로렌츠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Cathedrale Notre-Dame de Strasbourg). 프랑스 알자스의 주도이자 유럽연합(EU) 의회가 있는 스트라스부르의 옛 시가지 중심에 있는 이 대성당은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적인 건물입니다. 스트라스부르의 랜드마크로 이곳 사람들은 ‘그(La) 성당’이라고 부르죠. 성당앞에서 서니 ‘우아∼”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옵니다.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은 142m 높이 첨탑때문입니다. 광각 카메라가 아니면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장엄한 풍경에 그만 압도됩니다. 첨탑은 1176년 짓기 시작해 1439년 완성됐는데 19세기까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었답니다. 1838년 완성된 대성당의 유명한 천문시계는 매일 낮 12시30분에 종을 울립니다.

 

오후 6시. 곧 노을이 지겠군요. 다리도 아프고 시장기도 느껴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이 한눈에 보이는 까데드할르 광장 한편의 레스토랑 메종 캄머젤(Maison Kammezell)의 야외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습니다. 목조골조가 밖으로 노출되고 1층보다 2층이 바깥쪽으로 더 튀어나온 전형적인 알자스 전통건물인데 고색창연한 모습을 보니 아주 오래된 건물인 듯합니다. 여행자에게는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네요.

 

메종 캄머젤

와인 리스트를 살펴보니 아주 반가운 와이너리가 눈에 쑥 들어옵니다. 전날 콜마르 여행때 방문했던 ‘알자스 오가닉 와인의 선구자’ 구스타브 로렌츠(Gustave Lorentz). 실바너(SYLVANER) 1병을 주문합니다. 적당히 차갑게 칠링된 와인을 한모금 넘깁니다. 좋은 산도와 부드러운 목넘김, 풍부한 과일향과 아로마틱한 허브향이 피로를 씻어주며 여행의 낭만을 더합니다.

 

알자스 위치와 와인루트

프랑스 동쪽 끝에 있어 독일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알자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된 곳이랍니다. 콜마르(Colmar)의 쁘띠베니스 인데 동화속 나라같은 풍경이 여행자들을 유혹합니다. 알자스를 유명하게 만든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와인입니다. 탄(Thann)의 남쪽부터 마를렁하임(Marlenheim) 북부에 이르기까지 총 170km에 걸쳐 펼쳐진 알자스 와인 루트(La Route des Vins d'Alsace)를 따라 아름다운 마을과 꽃, 포도밭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보쥬산맥 비그늘 효과

알자스가 이처럼 와인으로 유명한 것은 2000년이 넘는 와인 양조 역사 덕분이에요. 서기 1세기 로마 군단이 포도 재배 기술을 전파했다고 합니다.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기후조건도 지녔습니다. 바로 알자스 서쪽 해발 1200m 높이 보쥬(Voges) 산맥 덕분입니다. ‘비 그늘’ 효과로 비바람을 보쥬산맥이 차단해 프랑스에서 두번째로 건조(연중 강수량 500∼600mm)합니다.

 

알자스 포도품종

특히 가을에 비가오지 않고 따뜻한 날씨가 유지되는 ‘인디안 섬머’ 기후 덕분에 포도는 서서히 무르익어 섬세한 아로마와 드라이하고 균형잡힌 탁월한 풍미의 와인이 빚어집니다. 또 1만5000ha에 달하는 포도밭 토양은 석회암, 화강암, 점토질, 편암, 사암으로 다양해 같은 품종이라도 다양한 특성을 지닌 포도가 재배됩니다. 알자스는 생산되는 와인의 82%가 화이트 와인으로 대표 품종은 리슬링, 피노블랑, 게뷔르츠트라미너, 피노 그리, 실바너, 뮈스카입니다. 또 피노누아도 재배하는데 알자스에서 유일한 레드 와인 품종이랍니다. 피노블랑과 리슬링이 각 22%로 가장 많고 게뷔르츠트라미너 20%, 피노그리 17% 피노누아 8~10%, 실바너 6~7%, 뮈스카 2% 정도로 재배합니다.

 

구스타브 로렌츠

알자스 여행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구스타브 로렌츠인데 이유가 있습니다. 알자스 오가닉 와인의 선구자이기때문이죠. 전세계 와인 시장은 요즘 오가닉, 비오다이나믹, 내추럴 와인이 화두되고 있답니다.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SO2도 최소화하거나 전혀 쓰지 않을뿐더러 내추럴 와인은 필터링도 하지 않고 병에 담습니다. 자연환경과 인간의 몸을 생각하는 와인들이죠.

 

스타브 로렌츠 포도밭 전경

알자스 콜마르 시내에서 길을 잃어 약속 시간에 좀 늦었지만 구스타브 로렌츠를 이끌고 있는 조지 로렌츠(George Lorentz)가 “먼길 오느라 고생했다”며 반갑게 맞아 줍니다. 로렌츠가 직접 운전하는 차로 20여분 알자스 와인 루트를 달리니 아름다운 베르그하임 마을 언덕에 그의 포도밭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조지 로렌츠 가족

콜마르는 ‘알자스 와인 수도’의 최고의 생산자들이 밀집해 있는데 특히 그랑크뤼급 포도밭중 최고의 포도밭들이 콜마르에 집중돼 있습니다. 총 51개 그랑크뤼가 있는데 40여 이상 마을에 흩어져 있죠. 구스타브 로렌츠는 1836년에 설립됐으니 180년이 넘은 역사네요. 현재 6대손 조지 로레츠가 딸 3명과 함께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부르고뉴 양조학교에서 공부한 막내딸이 와인메이킹에 직접 참여하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에요. “올해 86세인 부친 샤를 로렌츠는 지금도 매일 포도밭에 나와서 밭일 돕고 있답니다. 40ha의 포도밭을 갖고 있는데 2012년 모두 오가닉 인증을 받았습니다”.

 

구스타브 로렌츠 와이너리 전경
양조시설
1938년 생산된 대형 오크통을 설명하는 조지 로렌츠

조지를 따라 셀러로 내려갑니다. 현대화된 셀러 시설이 눈에 띄는데 2015년 700만유로를 투자해 최신식 셀러로 교체했다고 하네요. 와인발효에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탱크 60개가 줄지어 서있는데 이 정도면 아주 많은 수준입니다. 대형 오크통 푸드르에서는 와인이 익어갑니다. “알자스 와인의 특징은 신선함인데 오크의 향을 넣지 않고 와인을 숙성하기 위해 여러차례 사용한 푸드르를 사용하죠. 이쪽으로 와 보세요. 이 통은 7만8000리터짜리 푸드르인데 1938년에 만들었다는 숫자 적혀 있어요. 아직도 이 푸드르를 쓰고 있답니다. 이런 푸드르가 26개정도 있어요. 오크통은 오래되면 나무향은 아예 없어져서 중성적인 특징을 지니게 된답니다. 공기를 미세하게 투과해서 미세하게 산화를 일으키는데 덕분에 와인의 질감과 향이 바뀌게 되죠. 좀더 숙성된 느낌을 부여하게 된답니다”.

 

구스타브 로렌츠 올드 빈티지

조지는 더 보여줄게 있다며 다른 셀러로 이끕니다. 그곳에는 ‘보물’들이 가득하네요. 올드 빈티지 와인들이 매해 연도별로 진열돼 있어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드네요.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은 1950년산인데 아직도 마실 수 있는 와인으로 살아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구스타브 로렌츠의 와인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미식 와인이에요. 균형감이 뛰어나고 신선하면서 우아하고 드라이한 속성의 와인입니다. 알코올이 강하거나 과일 폭탄이거나 당도가 높아서 음식을 해치는 와인이 아니라 서로 돋보이게 도와주는 와인이죠. ‘1+1=3’이 되는 와인이라고 자부합니다”.

 

이때문에 구스타브 로렌츠는 길모퉁이 작은 와인바에서부터 미슐랭 레스토랑에서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끄는 알자의 와인의 리더로 평가받는답니다. 해외에서 더 인기죠.알자스 와이너리들의 수출은 보통 25%정도인데 구스타브 로렌츠는 두배가 넘는 55%를 벨기에, 스웨덴, 네덜란드 65개 국가에 수출합니다. 베트남, 필리핀에 20여년전부터 수출하고 있고 한국에는 최근 나라셀라를 통해 공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에어프랑스, 싱가폴 에어라인, 일본항공 1등석에서 구스타브 로렌츠 와인을 서비스하고 있답니다.

 

크레망

다시 1층으로 올라갑니다. 오전인데도 이미 많은 이들이 찾아 와인을 시음하고 있네요. 그의 개인 사무실이자 테이스팅룸으로 들어가니 고풍스러운 실내 인테리어가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조지는 크레망을 먼저 내옵니다. 노란색 레이블이 눈에 띄는 크레망은 피노블랑, 샤도네이, 피노누아를 같은 비율로 블렌딩합니다. 섬세한 버블과 산도, 미네랄, 감귤류의 과일향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면서 식욕을 돋웁니다. 샤도네이의 과일 풍미와 피노블랑의 산도와 정제되고 우아한 향, 그리고 구조감을 담당하며 긴 여운을 남기는 피누누아의 복합미가 어우러집니다. 브리 치즈, 까망베르 치즈, 조개가 들어간 크림 스프와 아주 잘 어울리겠군요. 로제 크레망은 피노누아로만 만듭니다. 샴페인 수준에 거의 근접한 크레망이네요. 2월까지 베이스인 화이트 와인을 만든 뒤 샴페인 양조 방식과 동일하게 효모를 넣어 2차 발효를 거치는데 최소 12개월 동안 죽은 효모, 즉 앙금 숙성(쉬르리 Surlees)과정을 거칩니다. 기본 18개월 숙성하는 샴페인보다는 짧지만 1년동안 2차 병발효를 거치면서 풍부한 빵과 견과류, 잘익은 사과 등의 풍미를 지니게 됩니다. 연간 6만병 정도 생산됩니다.

 

리슬링

다음은 리슬링. 독일 라인강을 타고 알자스에 전파된 리슬링은 500년동안 재배된 품종으로 미식가를 위한 품종으로 꼽힙니다. 리저브 2018과 퀴베 파티큘리에(Cuvee Particuliere) 2015 두 가지를 비교해봅니다. 알자스 리슬링은 드라이한 리슬링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알자스에서는 리슬링을 무조건 드라이하게 만들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당도를 지닌 독일 리슬링과 다른 점이죠. 포도밭에 물을 공급하는 관개와 산을 추가하는 보산도 금지돼 있답니다. 아주 최고급 와인에 한정해서 스위트한 와인을 만들죠”. 리저브는 기본급 리슬링인데도 살아 숨쉬는 느낌이 들정도로 산미의 생동감이 넘칩니다. 꽃, 감귤류, 오렌지 껍질, 청사과의 과일향이 돋보입니다. 해산물은 물론 소시지와 치킨과 잘 어울릴 것 같네요. 리슬링은 숙성될 수록 패트롤 향이 많이 올라오는 특징을 보이는데 이 와인은 2018 빈지티지로 영한데도 패트롤향이 많이 올라옵니다.

 

퀴베 파티큘리에는 과일향과 미네랄이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군요. “2015년은 포도가 아주 잘 영근 환상적인 해였답니다. 포도는 리치하면서 엄청난 산도를 움켜쥐었죠. 그랑크뤼밭 포도중 그랑크뤼 와인에 넣지 못하고 탈락한 포도가 일부 들어갑니다. 또 그랑크뤼밭에도 10년 미만의 어린 포도나무의 포도로 이 와인을 만드는데 사용합니다”. 와인은 둥글둥글한 풍미가 돋보이고 피니시가 길게 이어집니다. 레몬, 라임, 오렌지 필에서 복숭아, 매실, 사과 등이 가득합니다. 요즘 방어철인데 고소한 대방어와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참치, 연어 등 기름진 생선과 닭가슴살, 담백하게 조리한 돼지고기는 물론 매콤한 한식과도 좋은 궁합을 보인다고 하네요.

 

그랑크뤼 리슬링

하지만 압권은 역시 그랑크뤼 포도로 만든 알텐베르그 드 베르그하임(Altenberg de Bergheim) 리슬링과 게뷔르츠트라미너. 리슬링은 2015로 아직 영하지만 30년 이상의 올드바인의 포도로 만들어 깊고 그윽한 복합미가 환상적이네요. 패트롤향도 잘 올라옵니다. 알텐베르그는 알자스 최고의 그랑크뤼 밭으로 꼽힙니다. 모두 36ha 크기인데 이중 12ha를 구스타브 로렌츠가 소요하고 있으니 알짜배기 포도밭을 대거 보유한 셈이네요. 이중에서도 3.5ha 규모인 칸슬라 베르그가 핵심인데 구스타브 로렌츠가 이 밭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답니다. “알텐베르그는 아주 독특한 떼루아를 지녔어요. 베르그하임 시내를 중심으로 북서쪽에 있는데 약 220~330m 고도의 경사면에 펼쳐져 배수가 잘되고 일조량이 풍부하죠. 덕분에 이미 13세기부터 최고의 와인을 빚는 포도밭으로 평가받고 있답니다”.

 

구스타브 로렌츠 포도밭 위치

리슬링과 함께 알자스를 유명하게 만든 품종이 게뷔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입니다. 16∼17세기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트라민에서 유래됐죠. Gewurz는 향신료라는 뜻인데 이름처럼 이국적인 향이 폭발합니다. 풍미가 크고 제법 바디감도 느껴지는데 말린 장미와 망고,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 풍미가 도드라집니다. 리슬링과 달리 산미가 낮고 알코올 도수는 꽤 높게 나오죠. 신선함을 잃지 않을 정도의 스파이시한 후추향이 뒤에 따라옵니다.

 

게뷔르츠트라미너

조지는 게뷔르츠트라미너 리저브 2018과 그랑크뤼 알텐베르그 드 베르그하임 2012를 함께 내놓습니다. 리저브는 영한 빈티지이지만 이미 화사한 장미향과 파인애플, 신선한 고수 같은 허브향이 활짝 피어오릅니다. 스파이시한 풍미가 있어 매콤한 생선요리나 태국 요리와 잘 어울리고 블루치즈와도 궁합이 좋아요.

 

게뷔르츠트라미너 알텐베르그 드 베르그하임 2012는 오랜 숙성을 거친만큼 스파이시한 풍미가 강렬하게 폭발합니다. 마치 레드 와인의 바디감이 느껴질정도로 힘차고 묵직하네요. 말린 장미와 자몽 껍질, 살구, 파인애플의 풍미가 어우러집니다. 블루치즈 등 향이 강한 치즈와 푸아그라와 잘 어울릴 듯 합니다.

 

“보통 알자스 크랑크뤼는 알코올 도수가 12.5도인데 구스타브는 아주 잘 익은 포도로 만들기에 알코올 도수는 14도 이상 나온답니다. 그랑크뤼는 최소 10년은 숙성시켜야 제대로 풍미를 발산해요. 화이트 와인이지만 20∼30년도 잘 버티죠. 가장 맛있게 먹으려면 인내심이 좀 필요해요. 이 와인은 앞으로 5년 뒤에는 더 맛있어 질거에요. 잘 보관하고 있을테니 그때 다시 꼭 찾아 주세요”.

 

알자스=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