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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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은 것 잃은 조국, 지켜주자”…행동 나선 曺지지자들

서울대 직위해제 반대서명·인권위 진정도
‘조국 사태’가 절정이던 지난해 10월5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조국수호·검찰개혁’ 등을 외치고 있다. 뉴스1

‘가족비리’ 혐의 사건과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사건 재판을 앞두고 있는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지지자들이 잇따라 ‘행동’에 나섰다. 지지자들은 조 전 장관이 교수로 재직 중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그의 직위해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이를 막기 위한 반대 서명에 나서는가 하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을 내기도 했다.

 

◆온라인서 5만명 참가 목표로 서명 운동

 

17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포털사이트 뉴스 기사 댓글란 등에서는 조 전 장관의 직위해제 반대 서명 운동 링크가 확산하고 있다. ‘진짜뉴스’라는 이름의 사이트에서 “조국 교수님에 대한 직위해제를 막아주세요”란 제목으로 진행 중인 이 반대 서명은 오는 19일까지 5만명의 서명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날 오후 6시 현재까지 서명인 수는 3만6700여명이다. 서명에는 이름과 이메일 주소, 사는 곳을 기재하면 참여할 수 있다. 게시된 주소지를 살펴보면 전국 각지와 미국, 일본 등 해외도 간간이 섞여 있다. 서명이 완료된 후에는 서울대에 성명서와 함께 서명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도 쓰여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서명에는 “서울대에서 조 전 장관의 직위해제를 검토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해외 교포들이 지난 13일부터 직위해제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며 “서명 운동의 주체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촉구를 위해 전화로 찬반 전수조사를 했던 7명의 해외 교포로, ‘미씨USA’를 통해 온라인상으로 구성됐다”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이어 조 전 장관의 교수직 직위해제가 부당하다고 여기는 이유를 첨언했다. 이들은 우선 조 전 장관이 권력형 비리로 기소되지 않았으며, 20명이 넘는 검사가 70여 군데 압수수색과 함께 4개월 이상을 조사한 것에 비해 기소된 11개 피의사실이 다투어야 할 논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죄추정의 원칙이 엄격히 적용돼야 하며, 직위해제가 확정될 경우 조 전 장관이 잠시 강단을 떠나 있는 것임에도 언론과 야당이 그에게 비리가 있는 것처럼 호도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검찰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퇴임한 조 교수님은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며 “가족 곁에서 강단을 지키게 해 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은 고초만으로 저는 아주 크게 마음에 빚을 졌다”고 한 것과 관련, “문 대통령의 마음이 저희들의 심정”이라면서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부연했다.

 

17일 ‘진짜뉴스’란 이름의 사이트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서울대 교수직 직위해제 반대 서명운동이 올라와 있다. 진짜뉴스 사이트 캡쳐

앞서 조 전 장관은 퇴임 후 서울대 법전원 교수로 복직했다. 서울대는 조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31일 가족비리 사건과 관련, 뇌물수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인사 규정에 따라 직위해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대 교원인사규정에 따르면 파면·해임 또는 정직 등에 해당하는 징계의결이 요구되거나, 약식명령 청구가 아닌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교원에 대해 직위해제 조치를 할 수 있다.

 

◆비판 많아… 진중권, “현실 부정” 일갈

 

이날 광주전남교수연구자연합 공동의장인 은우근 광주대 교수는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전 장관 수사 과정에서 일어난 검찰의 무차별적 인권침해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은 교수는 자신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한 데 따른 국가인권위 조사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청원을 올린 당사자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검찰개혁 관련 활동을 해온 은 교수는 이날 회견에서 “검찰의 조 전 장관 수사는 먼지털기식 수사이자 저열하고 비열한 공격”이라며 “조 전 장관이 검찰개혁을 주장했기 때문에 유례없는 집중 표적이 됐다”고 주장했다.

 

최근 문재인정부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그 지지자들에게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강연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의 이 같은 행동을 놓고 온라인 공간에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관련 기사 댓글란 등에서는 “범죄자를 옹호하는 게 정의고, 공정이냐”거나 “가지가지 한다”는 등 비판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동의한다”는 취지의 글도 일부 있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국 지지자들이 이제 현실을 부정하기로 결심했다”며 “직위해제는 교수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학생들의 수업받을 권리를 위해 내리는 조치”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조직된 광신적 무리들의 횡포가 서울대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