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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법원 “근무 중 흡연으로 자리 이탈…급여에서 빼도 된다”

스페인 고등법원, 근무 중 자리 비운만큼 급여 제외는 합법

근무 중 흡연으로 자리를 비운 시간에 대해서는 급여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결이 스페인에서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최근 스페인 고등법원이 근무 중 자리를 비운 만큼의 시간을 ‘실제 근무시간’에서 빼 온 에너지 기업 갈프의 정책이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일하다 담배 피우러 자리를 비우면, 그 시간에 해당하는 돈은 월급에서 빼도 된다는 의미다.

 

갈프는 지난해 9월부터 흡연 외에 아침식사나 커피를 마시러 직원이 자리 비우는 시간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아 그만큼의 급여를 깎아왔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에만 근무자들의 무보수 초과근무가 300만 시간에 달하는 문제가 불거지자, 기업이 고용 직원의 근무 시작·종료 시각을 의무적으로 기록하도록 정했다. 하지만 갈프가 정책 반영과 함께 근무 중 직원이 자리 비운 시간도 급여 계산에 포함하면서, 흡연자들은 예상치 못한 유탄을 맞을 것으로도 보인다.

 

정책이 불법이라며 갈프를 고소한 노동조합은 사측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이번 판결에 항소할 예정이라고 BBC는 전했다.

 

스페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유럽 국가 중 높은 편이다. 2018년 기준 스페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1701시간이다. 독일과 영국은 각각 1363시간, 1538시간이다.

 

세계일보 자료 그래픽

 

우리나라도 흡연과 노동 생산성의 상관관계 파악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는 지난해 11월 ‘흡연이 노동력 상실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방향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서울지방조달청을 통해 입찰공고했다. 연구기간은 오는 7월31일까지로, 흡연근로자와 비흡연근로자의 건강 차이 그리고 노동력 상실에 대한 계량 측정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근로자들의 흡연습관 실태 파악, 근무 중 흡연에 대한 인식조사도 포함된다.

 

건강증진개발원은 당시 제안요청서에서 “최근 흡연이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인식하게 되면서 근로자 흡연으로 나타나는 노동력 상실을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주52시간 도입 이후 노동력과 생산성에 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화여대가 2017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의뢰로 작성한 ‘근로자 금연을 위한 담배연기 없는 사업장 모형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흡연 직장인은 하루에 평균 41분 정도를 흡연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무직 직원들이 주로 근무하는 7개 회사(총 1009명)를 대상으로 흡연 실태를 조사한 뒤 작성됐으며, 이를 토대로 근무지 이탈에 따른 생산성 손실액을 따져봤더니 일급 15만500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매년 약 318만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