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수십명이 자신이 생리 중이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자, 여교수 앞에서 속옷을 내보인 일이 인도 구자라트주의 한 대학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 발생했다.
이 대학은 힌두교 재단이 운영 중이며, 인도 종교 인구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힌두교는 초경(初經) 이전의 여아는 신성하게 여기지만, 이후 여성의 생리는 사망과 관계됐다는 이유에서 일종의 ‘오염’으로 간주하는 문화가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대학 기숙사 사감은 자신의 생리 기간을 표시하게 규정된 장부에 지난 두 달간 어느 여학생도 이름을 쓰지 않았다며, 누군가 생리를 감추고 식당에 출입하는 것 같다고 총장에게 지난 10일 불만을 제기했다.
인도에서는 생리 중인 여성의 주방 출입 외에 다른 사람과 함께 식탁에 앉아 밥을 먹거나, 사원을 출입하는 것도 엄격히 금지한다. 학교에서는 맨 뒷줄에 앉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자신이 사용한 식기도 직접 씻는 등 사실상 격리나 마찬가지의 생활을 한다.
사감의 불만 제기에 따라 학교 측은 다음날 여학생 68명을 불러내 일일이 여교수가 생리 여부를 검사했다고 BBC는 전했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야 했던 이번 사태에 일부 여학생들은 부모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한 학생의 아버지는 “아이들은 충격에 빠졌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일부 학생이 굴욕감을 준 관계자 처벌을 학교 측에 강하게 요구했으며, 학교 측도 “정확한 내용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생들 잘못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 학교와 같은 재단인 어느 대학의 부총장은 “이번 일의 원인은 규칙을 깬 학생들의 잘못에 있다”며 “그들은 먼저 용서를 구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일부 학생은 BBC에 “학교가 이번 일을 숨기려고, 우리에게 아무에게도 이번 일을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구자라트주의 한 여성 단체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경위 조사에 나섰다며, “어떠한 공포도 느끼지 말고 불만 등에 대해 앞으로 나서서 말해 달라”고 학생들에게 요청했다.
BBC는 “교육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진 이유로 구식 사고에 인도 여성들이 저항하기 시작했다”며 “생리가 자연적인 일이라는 것을 주장하지만, 사회 변화까지는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