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진 아들은 열흘 뒤, 심장 등 장기를 다섯 사람에게 나눠주고 세상과 작별했다.
아들을 그리워하던 아버지는 1년여가 지난 뒤, 이식인 가슴에서 뛰는 아들의 심장 박동에 말을 잃었다.
장기기증으로 아들의 심장을 받은 수혜자와 기증자 가족의 만남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의 한 음식점에서 이뤄졌다.
텍사스주 휴스턴의 KHOU11 방송국은 이날 워싱턴카운티 브렌햄의 한 음식점에서 장기 기증자 가족과 수혜자가 만난 소식을 보도했다.
조단 스판(47)의 아들 매튜(21)는 2018년 집에 오던 중 지나가는 차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다. 촉망받던 육상선수 아들의 교통사고는 조단의 가족에게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조단은 눈 감은 아들이 깨어나길 열흘이나 기다렸지만, 결국 매튜는 다시 일어나서 뛸 수 없었다.
매튜는 심장 등 장기를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놓인 다섯 환자에게 나눠주고 세상과 작별했다.
이날 조단 부부와 만난 크리스티 리차드 러스(54)는 앞서 오랫동안 심장 질환을 앓던 중, 매튜의 심장 기증 덕분에 새로운 인생을 얻었다.
러스의 가슴에 청진기를 댄 조단은 그의 가슴에서 뛰는 아들의 심장 소리에 귀 기울였다.
아들의 심장 소리를 듣도록 러스도 청진기를 꼭 잡은 채 숨죽여 조단을 지켜봤다.
잠시 후, 조단은 “세상에”라며 쿵쿵거리는 아들의 심장 소리에 감탄했다. 비록 다시 만날 수 없지만 다른 이의 가슴에서 매튜의 심장 소리를 들으니, 마치 그리워하던 아들을 재회한 느낌이 들어서다.
러스는 “고요한 밤에는 소년의 심장 소리가 더욱 잘 들린다”고 장기 기증에 고마워했다.
다섯 시간에 걸친 자리가 종료되고, 매튜의 엄마는 “우리는 여기 오기 전까지 정말 긴장했다”며 “보자마자 서로를 와락 안을 수밖에 없었다”고 러스와 만난 소감을 밝혔다.
매튜의 엄마는 “남편은 아들이 용감한 장기 기증자였던 점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행복해했다”며 “누군가를 통해 아들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 고마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튜가 정말 용감한 아들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러스도 이러한 일들을 통해 만난 나와 남편을 축복해줬다”고 말했다.
이들의 사연을 전한 KHOU11은 “어느 소년의 값진 선물이 두 가족을 영원히 이어주게 됐다”며 “이들은 장기 기증의 장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자신들의 사연이 공유되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