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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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몰라요. 우리 우체국은 안 팔아요”…현장선 “모른다·없다” 시민들 ‘분통’ [김기자의 현장+]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시민들 불만 쏟아내 / 우체국 직원조차 ‘마스크 판매’에 대해 알지 못해 / 28일 오후 2시부터 전국 1400여개 읍·면 우체국서 마스크 판매 계획 / 마스크 일일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적 판매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우체국 입구에는 ‘마스크 판매 관련 안내문’이 부착 돼 있다. 시민들이 안내문을 읽고 있다.

 

“뉴스 보고 뛰어왔는데, 우체국 직원은 모르고, 연락을 받은 게 없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정부가 이르면 27일 오후부터 약국·우체국·농협 등 공적 판매처에서 마스크 350만, 1인당 구매 가능 수량을 5매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막상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시민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었다.

 

27일 오후 광화문 우체국, 용산 우체국, 일반 약국 등 마스크 판매를 확인해본 결과 마스크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찾은 우체국마다 “연락받은 적이 없다”,“우리 용산 우체국은 판매처가 아니다”,“3월 2일부터 판매된다”는 반응을 나타내면 시민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27일 서울 용산우체국에 입구에는 ‘마스크 판매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서울 용산 우체국 입구에는 “우리 용산 우체국은 판매대상국이 아닙니다!!”라며 ‘보건용 마스크 우체국 창구 판매 계획’과 함께 “우체국은 국민 불편이 해소되도록 보건용 마스크를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안내문이 유리문에 부착돼 있었다.

 

이날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주민들은 우체국을 찾았지만, 직원의 황당한 답변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용산 우체국 앞 인도에서 만난 이모(52)씨는 “여기 며칠 전에 확진자가 발생한 곳이에요. 우체국이 판매점이 아니라는 말을 들으면 황당하죠. 용산 우체국이 작은 곳인가요?”라며 “저 건물(LS타워)에서 확진자가 발생해서 불안 한데, 정부도 힘든 것은 알아요”라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용산 우체국은 지난 25일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한 LS타워에서 불과 100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주민들은 불안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우체국 한 직원은 “입국에 부착된 내용이 전부다”라며 “따로 연락받은 게 없다”고 했다.

 

27일 서울 용산우체국에 입구에는 ‘마스크 판매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한 시민이 안내문을 읽고 있다.

 

정부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마스크 수급 안정 추가조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확정했다. 정부는 마스크 일일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적 판매처에 출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긴급수급조정조치 개정을 통해 하루 500만장을 공적 판매처에 출고하도록 했다.

 

이날 찾은 한 우체국 입구에는 5~6명의 시민이 서성이며 안내문을 읽고 있었다. 유리문에는 A4용지 크기에 안내문만 부착이 됐을 뿐 직원조차 내용을 숙지 못하고 있었다. 직원은 마스크를 찾는 손님이 오면 안내문을 읽어 보기를 바란다고 짧은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안내문에는 ‘코로나 19 특별관리지역의 대구 청도 지역과 공급 여건이 취약한 전국 읍면에 소재한 우체국에서 판매’와 ‘다음 달 2일 오후부터 판매하고, 이전에도 추가 물량이 확보되면 앞당겨 판매’ 정부 발표와 달리 마스크는 판매되지 않았다.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우체국 입구에는 ‘마스크 판매 관련 안내문’이 부착 돼 있다.

 

한 시민은 헛걸음을 했다며 불만을 우체국 직원들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한 직원은 “오늘 종일 마스크만 찾는 사람들만 오는 것 같다. 차라리 마스크가 있으면 좋겠다”며 “인근 어른 신들이 힘든 발걸음을 아침부터 오셨는데, 미안해서”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약국 사정도 비슷했다. 용산 한 약국 유리문에는 ‘마스크·에탄올·알코올스왑 품절’ 안내 문구를 붙여 놓았다. 한 약사는 “다음 주 월요일쯤에 마스크가 들어옵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약국 마찬가지였다. 이 약국 약사는 “1개씩만 판매해도 오전에  다 빠진다”며 “받아도 금방 팔린다”라고 말했다.

 

27일 오후 서울 용산 한 약국 유리문에는 ‘마스크·에탄올·알코올스왑 품절’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부착 돼 있다.

 

가뜩이나 불안한 국민의 혼선을 가중되자 정부는 수습에 나섰다. 이날 우정사업본부는 대구·청도 지역 89개 우체국에서 우선 보건용 마스크를 판매하고, 28일 오후 2시부터는 전국 1400여개 읍·면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판매할 계획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가격과 관련해서는 마진 없이 판매할 계획이나, 제조업체별로 마스크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3월 2일부터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판매하려 했지만, 물량 확보 노력 끝에 내일부터 전국 읍·면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팔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