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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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끔뻐끔, 퉤~”…감염 공포 확산에도 침 뱉는 ‘흡연족’ [김기자의 현장+]

일부 ‘흡연족’ 몰지각한 행동 불안 / “입이 닿은 꽁초를 줍는 환경미화원도 불안” / “반복된 헛기침을 하며 가래침을 뱉기도” / “좁은 골목길에서 퉤” / “밀폐된 흡연실에서 침을 뱉기도” / 주된 감염경로는 비말(침방울)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한 골목길에는 담배꽁초·마스크 그리고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침 묻은 담배꽁초 손으로 줍고 싶겠습니까? 해야 하니깐 하는 거지” 한 환경미화원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한 골목길 음식점 앞. 세 대 배달 오토바이 주변으로 20대로 보이는 다섯 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검은 마스크를 착용하긴 했지만, 대부분 턱 아래로 내려쓰고 얼굴 일부에만 걸치는 등 코와 입을 그대로 노출된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들은 한손에 담배 다른 손에는 스마트 폰을 보면서 거친 욕설을 하며 침을 뱉고 있었다. 한명이 침을 뱉자 따라 뱉는 듯했다. 스마트 폰에 재미있는 장면을 나으면 입에 담배를 문 채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오토바이 주변에는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고, 바닥의 침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들은 사람들이 옆으로 지나다녀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친 대화를 이어갔다.

 

지난달 28일 서울역 광장에서 한 시민이 담배를 피우면서 걷고 있다. 주변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침도 뱉기도 했다.  

 

여기뿐만 아니었다. 인적이 뜸한 골목길에서 여전히 담배를 피우며 침을 뱉는 사람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골목길이 좁다 보니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손을 흔들며 담배 연기를 피하거나 코를 막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했다. ‘담배꽁초 무단투기 금지, 담배꽁초 등을 무단 투기 할 경우 과태로(5만원)가 부과됩니다’ 라는 경고문이 선명하게 붙어있었지만, 경고문 아래에는 버려진 검은 마스크와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한 골목길 담벼락에는 “창문 앞 입니다. 금연 부탁드립니다.후욱~~ 들어와요”라는 문구가 부착 돼 있다.

 

인근 주민 이모(51)씨는 “담배를 피우든 말든 상관하고 싶지 않지만, 요즘 시기에 침 뱉고 사람들 불쾌하게 하면 쓰나! 혹여나 감염이라도 되면 나만 손해”라며 “한마디 하고 싶지만, 참고 또 참고 피해 다니는 게 상책”이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면서 흡연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차갑기만 하다. 흡연자들이 좁고 밀폐된 흡연실이나 흡연구역에서 다닥다닥 붙은 상태에서 습관적으로 침이나 가래를 뱉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 19 감염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 서울역 광장 화단에는 술병과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버려져 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흡연자들을 향한 시선은 더욱 매섭다. 이날 찾은 서울역 광장.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자연스럽기까지 했다. 금연 푯말이 버젓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삼오오 모여 담배 연기를 내뿜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흡연자들은 당연하듯 담배를 피우고, 바닥에는 버려진 담배꽁초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인근 흡연구역이 불과 5m 채 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서울역 광장 흡연구역에서 여러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공사장 안전펜스 아래에는 담배꽁초와 버려진 마스크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횡단보도 주변에서 서성이며 담배 연기를 내뿜는 사람도 있었다.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이 누워서 담배를 피우며 아랑곳하지 않은 듯 가래침을 뱉기도 했다. 광장 바닥에는 껌처럼 눌어붙은 담배꽁초와 가래침이 뒤섞여있었고, 곳곳에 있는 인근 화단에는 각종 술병과 재떨이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검게 된 담배꽁초 찌꺼기가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등산 가방을 메고 서울역 대합실로 향하던 이모(52)씨는 “흔한 모습이라 그러니 하고 다닌다”라며 “단속을 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 것 안다”라며 “내가 피하고 조심해야지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투기 장면은 자연스럽기까지 했다.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담배를 피우면서 공사장 안전펜스 너머로 버리는 모습은 익숙한 듯 보였다. 담배 피우면서 걷는 사람도 쉽게 눈에 띌 뿐만 아니라 반복된 헛기침을 하며 가래침을 뱉는 사람도 했다. 대학생 진모(26)씨는 “술 냄새도 나고 걷는 모습도 불안해서 피하죠”라며 “소리 지리고 가래침도 막 뱉고 해서 지나다닐 때마다 불안한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서울역 광장 횡단보도 앞에서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며 침을 뱉고 있다.

 

이날 흡연구역에서 10~11명이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쓰레기통 주변과 윗부분에는 담배꽁초와 침이 널브러져 있었다. 담배를 든 한 시민은 “감염 생각은 못 했고,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라고 했다.

 

환경미화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한 환경미화원은 “침 묻은 담배꽁초 손으로 줍고 싶겠습니까? 해야 하니깐 하는 거지”라며 짧게 말했다. 담배꽁초가 공사장 틈이나 화단 사이에서 끼거나 가래침이 담배와 뒤섞이면 청소하기가 여간 고생이 아니다. 길바닥에 붙어 빗자루로 쓸어도 잘 쓸리지도 않아 사람의 입이 닿은 꽁초를 일일이 손이나 집게로 일일이 집어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서울역 광장 공사장에는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한편 지난달 24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 19의 주된 감염경로는 비말(미세한 침방울)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1일 브리핑에서 “신종코로나의 주된 감염경로는 비말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