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결과가 윤곽이 드러남에 따라 여야 잠룡들의 대권가도도 요동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은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대권 도전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반면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총선 참패를 책임지고 당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총선 후 대선까지 2년여가 남음에 따라 각 당은 총선을 마치는 대로 사실상 대선을 향해 전열을 정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 결과가 바로 여야 각 주자들의 향후 행보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눈에 띄는 결과는 이낙연 위원장의 약진이다. 15일 오후 10시 현재 개표상황을 종합하면 이 위원장은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승기를 굳혔다. 총선 승리로 이 위원장은 대권 도전에도 순풍을 얻게 됐다.
지난 1월 중순 국무총리 임기를 마친 뒤 여의도에 복귀한 이 위원장은 이해찬 대표와 함께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이번 총선을 진두지휘했다. 총선 과정에서 20명이 넘는 민주당 후보들의 후원회장을 맡았고 전국 지원 유세로 후보들을 지원 사격했다. 이 과정에서 당내 세력화의 기반을 마련함에 따라 당내 세력이 약했던 약점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대중의 관심은 이 위원장의 향후 거취로 옮겨가고 있다. 당권 확보 뒤 대권에 도전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전례를 따라 이 위원장이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미래통합당 황 대표는 4·15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이날 당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황 대표는 밤 12시가 가까워진 시각에 당 선거상황실이 꾸려진 국회도서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짊어지고 가겠다”며 “저는 이전에 약속한 대로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황 대표의 대권 도전도 차질을 빚게 됐다. 통합당 지도부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변경될 전망이다.
황 대표는 종로에서 선거운동 기간 내내 열세를 뒤집지 못한 데다 전체 선거 결과를 책임지는 총괄선대위원장이자 당 대표로서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황 대표는 공천 당시 당헌·당규에 월권해 일부 지역 공천 결과를 뒤집어 공천 반발을 자초했고 ‘n번방 호기심’ 발언 등으로 지지율 하락세에 영향을 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합당 공천 탈락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한 홍준표(대구 수성을)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전 경남지사 역시 총선 결과에 따라 정치 행보를 달리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직접 총선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이슈 등으로 지지도가 올랐다. ‘박원순계 후보’들도 약진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으로 전남 목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후보, 서울시 행정부시장 출신으로 전북 정읍시고창군에 도전한 윤준병 후보, 박 시장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서울 강북갑에 나온 천준호 후보가 오후 11시 현재 승기를 굳혔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총선에 불출마했지만 선거운동 국면에서 전국을 다니며 후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 총선 승리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잠재력 높은 여권의 대선주자로 계속 거론되고 있다.
통합당 유승민 의원은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당내 유승민계 의원들이 대거 원내 입성에 성공한다면 대권잠룡으로서 유 의원의 입지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