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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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낙마에 시정공백 불가피…사퇴 시점 놓고 '조율' 의혹도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시장직을 사퇴하면서 부산시는 1년 동안의 시정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사퇴의 원인인 성추행 사건이 4·15 국회의원 총선거 전에 있었던 점을 들어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조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국민 세금으로 치르는 선거 비용이 더 들게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이 이날 스스로 사퇴하면서 다가오는 선거는 재선거가 아닌 보궐선거로 치러진다. 부산시로부터 시장 궐위 통보문이 시 선관위에 도착하면, 보궐선거 준비에 나서게 된다. 선거법에 따라 보궐선거는 2021년 4월 첫 번째 수요일(4월7일) 실시된다. 오는 2022년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부산시장 임기는 약 1년 정도다.

 

부산시장 예비후보 등록은 올해 12월 8일이며 공식 후보등록은 내년 3월 18∼19일, 선거운동 기간은 3월 25∼4월 6일까지 13일간이다.

 

보궐선거 전까지 변성완 행정부시장의 권한대행 체제가 예상되지만, 변 부시장은 이날 오 시장의 사퇴 기자회견 직후 “권한대행 체제 등 후속조치에 대해 24일 공식 발표하겠다”며 공식발표를 미룬 상태다. 부산 공직사회에서는 “행정부시장 권한대행체제로 전환해도 대규모 예산집행 등이 모두 멈출 수 밖에 없어 시정공백은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자리를 뜨고 있다. 연합뉴스

오 전 시장의 사퇴 시점을 두고 의도적으로 총선 이후로 조율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오 전 시장이 밝힌 성추행 사건은 지난 7일 발생했다. 피해자는 20대 여성으로 오 전 시장에게 4월말 이전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통합당 정오규 서동구 전 당협위원장은 “총선 승리를 위해 숨기고 있었는지, 청와대와 여권 권력층이 이 사건에 관여했거나 묵인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피해자 고소와 관계없이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하고, 오 전 시장은 법정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당 부산시장 이주환 수석대변인은 “오 전 시장 사퇴와 관련 ‘공증’이 오갔다는 의혹도 있다”며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의 미투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전국 지자체장 중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이어 2번째 ‘성 관련 비위’ 오명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민주당은 앞에서는 여성을 위하고 뒤에서는 지저분한 짓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내년 재보선에 쓰일 선거비용은 현재 정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2018년 부산시장·의원 선거에는 약 130억원이 쓰였다. 선거 비용은 모두 부산시가 내야한다. 부산시민들은 불명예 퇴진한 시장 탓에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다시 선거를 하게 됐다.

 

부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