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엎친 데 덮친 美, 코로나19에 '이상열파'까지…보건당국 초비상

美 서부, 섭씨 40도에 달하는 '봄 더위' 찾아와 / 수만 명 해변에 쏟아져 '사회적 거리두기' 무색 / 美 코로나19 확진자 90만 돌파… 2·3일 안에 100만 넘을 듯 / '살균제 주입 발언' 트럼프, TF 브리핑 문답없이 끝내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9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캘리포니아 등 서부에 섭씨 40도에 달하는 ‘열파’가 찾아와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캘리포니아주의 일부 해변만 조건부로 개방한 상황인데 ‘봄 더위’에 수만명이 해변에 쏟아져나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해진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션비치에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샌프란시스코=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서부 태평양 해상에서 발달한 고기압으로 전날부터 캘리포니아 남부 일대에 열파 현상이 찾아왔다. 로스엔젤레스(LA) 시내 중심가는 전날 최고 33도를 기록했고,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은 이날 40도에 육박하는 등 한여름 날씨를 방불케했다.

 

캘리포니아의 주요 해변이 폐쇄된 가운데 최근 일부가 개방된 LA 오렌지카운티의 헌팅턴비치와 뉴포트비치 등에도 인파가 몰려들었다. 뉴포트비치 인명구조대는 CBS방송에 “해변 방문자가 매일 두배로 늘고 있다. 어제는 5만명이 찾았다”고 밝혔고, 헌팅턴비치 경찰도 수천 명이 해변으로 놀러 나왔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이 해변 순찰을 강화했지만 밀려드는 인파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헌팅턴비치 경찰은 “해변 일부가 개방됐지만 가능하면 집에 있어야 한다”며 “해변 산책에 나설 때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LA카운티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냈다.

 

미 언론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살균제 주입’ 발언 역풍에 밀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을 생략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TF 브리핑도 문답없이 22분만에 끝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브리핑 때 ‘바이러스가 고온 다습한 환경에 약하고 살균제에 노출되면 빨리 죽는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되자 “주사로 살균제를 몸 안에 집어넣는 방법은 없나. 폐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지 확인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고 ‘돌발발언’을 했고, 즉각 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 등이 비판을 이어갔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트위터를 통해 “살균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해선 안된다”는 ‘경고문’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적대적인 언론을 향해 비꼬는 투로 발언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고, 이날 트위터를 통해서는 “주류 언론이 적대적 질문만 하고 진실과 사실을 정확히 보도하길 거부한다면 백악관 기자회견을 하는 목적이 무엇이 있겠는가”라며 “그들(언론)은 기록적 시청률을 올리지만, 국민은 가짜뉴스만 얻는다.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93만8154명으로 조만간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5만3755명으로 집계됐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