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용카드사에 ‘긴급재난지원금 마케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자 그 취지를 의아해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정부가 자율 경쟁을 막을 필요가 있나’라는 비판과 ‘정부 사업에 영리 활동은 부적절하다’는 찬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와 관련 “세금으로 하는 예산사업인만큼 카드사가 점유율 경쟁을 하기보다 국가 예산을 차분하게 집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이 결국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도 자제를 요청한 이유”라고 해명했다.
신용카드사들은 11일부터 진행된 긴급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을 앞두고 다양한 마케팅을 준비했다. 카드사별로 스타벅스 쿠폰 지급, 이용금액 100% 캐시백, SPC 모바일 상품권 제공 등을 마련했으나 정부의 자제 요청으로 대부분 취소했다. 정부의 ‘마케팅 자제령’을 두고 일부에서는 굳이 시장 경쟁을 제한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불거졌다. 스마트폰 시장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빗대, 정부가 과하게 개입한 ‘카통법’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2일 “긴급재난지원금을 빌미로 마케팅을 하는 것은 이 사업의 취지와 목적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 세금으로 집행하는 예산 사업이고, 카드사가 먼저 참여하겠다고 제안해 진행하는 상황인데 (지나친 마케팅은) 그 안에서 점유율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카드사가 국가 예산 사업을 차분하게 집행하는 데 집중해야지 점유율 높이기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비용도 문제다. 이 관계자는 “카드 마케팅을 하면 그 비용이 결국 수수료를 내는 가맹점이나 카드론 대출자에 간접적으로 부과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시장 경색 등으로 카드사 자산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과한 마케팅 비용을 들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사의 마케팅 경쟁은 전체 파이가 커지는 게 아니라 크게 보면 제로섬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8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정부와 카드사 간 업무 협약식에서“정부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지원금 신청을 유치하기 위한 지나친 마케팅 활동은 자제해주기를 당부한다”고 요청했다. 전체 재난지원금 14조3000억원 중 10조원이 신용·체크카드로 소비될 것으로 보고 마케팅 경쟁 채비를 한 카드사들은 급히 항로를 변경했다.
비씨카드와 NH농협카드 등은 판촉 행사를 철회했다. 삼성카드도 11일 관련 이벤트를 취소했다. 이 회사는 앞서 전 고객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신청 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 1장이나 5000원 상당의 편의점 상품권 1장을 제공한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일찌감치 문자를 뿌려 주워담을 수 없는 우리카드만 관련 행사를 진행 중이다. 우리카드는 휴면고객이나 일정 기간 결제 실적이 없는 고객에 한정해 스타벅스 쿠폰을 제공한다고 안내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