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상에서 아동·여성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n번방’을 처음 개설한 인물로 알려진 ‘갓갓’ 문형욱(24·사진)의 신상이 공개된 가운데, ‘대구 여고생 성폭행 사건’도 본인이 지시했다고 자백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씨는 피해 여고생 부모까지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 13일 문씨가 지난 2018년 12월 대구에서 발생한 ‘여고생 성폭행 사건’을 자신이 지시했다고 자백했다고 밝혔다.
대구 여고생 성폭행 사건은 A(29)씨가 ‘성명불상자의 지시’를 받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만난 17세 여성을 대형마트 주차장, 모텔 등에서 성폭행하고 그 영상을 촬영한 사건이다.
경찰에 따르면 문씨는 지난 9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SNS로 A(29)씨를 만났고, 그에게 ‘17세 여자를 만날 생각 있느냐. 내 노예인데 스킨십은 다 해도 된다’고 제안했다”고 털어놓았다.
문씨는 A씨에게 범행 장면을 촬영해 전송할 것을 주문했고, 이렇게 입수한 영상을 n번방에 유포하기도 했다. 심지어 피해 여학생 어머니에게 성착취 영상을 보내 협박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경찰에 붙잡힌 A씨는 2심 끝에 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경북지방경찰청은 13일 오후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갓갓’ 문형욱의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문씨는 텔레그램 상에서 성 착취물을 만들게 하고 배포해 이득을 챙긴 최초의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아동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아동복지법 위반▲강요·협박 등 혐의를 받는다.
위원회는 “피의자의 가족, 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 공개 제한 사유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했다”면서도 “그러나 피의자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반복적”이라며 신상공개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문씨가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진 안성 소재 모 대학은 발칵 뒤집혔다. 그는 건축학과 4학년으로 지난달 졸업작품전을 앞두고 돌연 휴학했다. 학교 내에서는 평소 말수가 적고 평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은 같은 날 “학생상벌위원회를 열고 징계여부를 검토 중이며,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인 만큼 최고 징계인 퇴학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씨는 오는 18일 검찰 송치 과정에서 얼굴이 공개될 예정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경북지방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