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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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사과 드리지만 사퇴 고려한 적 없다”…민주당 ‘전전긍긍’

정의연 운영 ‘불투명성’ 의혹, 국민감정 자극 시 여론 악화 불 보듯 뻔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매입 과정을 둘러싼 의혹 등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은 18일 정치권 일각의 사퇴 요구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데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기도 안성 쉼터와 관련, "처음 (10억원을 준) 현대중공업이 예산 책정을 잘못했던 것 같다. 10억원으로 마포의 어느 곳에도 집을 살 수 없었다"며 "결국 안성까지 오게 됐고 힐링센터를 매입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쉼터를 매입했다는 주장에 "비싸게 매입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건축 자재의 질 등을 봤을 때 저희들 입장에서는 타당했다"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인테리어 비용으로 1억원을 사용한 데 대해선 "전자제품 등을 구입한 것이고, 할머니들이 기분 좋도록 블라인드를 하나 하더라도 고급으로 진행을 했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2012년 2억원대 아파트를 경매를 통해 현금으로 구매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매로 사기 위해 전에 살던 아파트를 팔았다"며 "당연히 경매는 현금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아파트 매매 영수증까지도 다 가진 상황"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고(故) 김복동 할머니 장례식 당시 조의금을 받을 때 개인 계좌를 사용한 것에 대해선 "제가 상주로 김복동 장례위원회를 꾸렸고, 상주인 제 명의로 계좌를 냈다"며 "보통 장례를 진행하는 상주가 통장을 만들어서 집행하는 관례가 있다. 법적인 자문을 받고 있다"고 했다.

 

◆윤 당선인, 언론과 직접 접촉하며 의혹 적극 해소 나서

 

한편 윤 당선인 관련 의혹이 확산일로를 치닫자 민주당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언론과 직접 접촉하며 의혹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지만, 당내에선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첫 비판과 박근혜 정부 인사들의 위안부 합의 '사전 인지' 의혹은 오해 혹은 '친일' 등 정치공세로 대응해왔지만, 정의연 운영 '불투명성' 의혹에 국민감정을 자극할 경우 여론 악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윤 당선인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오늘 여론의 변화가 분명히 있다고 보여진다"며 "그 여론의 변화뿐만 아니라 저희 당을 사랑하는 당원들의 여론 변화도 분명히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윤 당선인이 오늘 중 이 부분에 대한 분명한 소명을 해야 한다"며 "엊그제 분위기와는 달라졌다. (당내) 전체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있지 않는가 (한다). 저 자신 자체가 며칠 전과는 달라지지 않았느냐 하는 느낌"이라고 관측했다.

 

민주당은 당초 윤 당선인에 대한 공격을 '친일 세력의 공세'라고 비판하며 정의연의 활동을 인정해야 한다고 윤 당선인을 감싸왔다. 홍익표·김상희·남인순 의원 등 민주당 의원과 당선인 14명은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정의연이 설혹 작은 실수가 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활동의 의미와 성과가 부정돼선 안 된다"며 윤 당선인과 정의연을 지원사격했다.

 

그러면서 "이건 굉장히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친일적 공세라고만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소위 '국민정서법', 더 나아가서는 보편적 감정에 과연 부합하느냐의 기준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의연의 회계·운영 '불투명성' 의혹이 확산될 경우 국민적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족한 점 다 해명하고 사과한 뒤 정리하는 게 맞다”

 

이와 관련, 한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빨리 논란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고 대응을 열심히 해야할 거 같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지 이렇게 놔두면 안 된다는 느낌"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재선 의원은 뉴시스에 "지역에서 당원들이 걱정하면서 '(옹호하려) 나서지 말라'고까지 한다"며 "이해가 안 되는 점, 부족한 점은 다 해명하고 사과하고 정리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당내 열성 지지층은 한발 더 나아가 윤 당선인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18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지금까지 나온 정황만 봐도 냄새가 나는데 왜 당은 윤미향을 두둔하는가" "윤미향을 안고 가라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당원들의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부 당원들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뉴시스에 "여러 언론에서 상황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으니까 상황을 잘 지켜보고 있으며 당이 지금 별도로 조사를 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며 "윤 당선인 본인이 언론에 하고 있는 소명을 잘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광주·전남 당선인들과의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인 논란에 대해 "엄중하게 보고 있다. 당과 깊이있게 상의해보겠다"고 했다.

 

이는 위안부 할머니 쉼터 고가매입 논란 등을 놓고 여론이 연일 악화되고 있는 만큼 윤 당선인의 거취 문제를 당 지도부와 의논해 결정내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여론 연일 악화…與 지도부, 윤 당선인 거취 문제 어떻게?

 

강훈식 수석대변인도 오후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서는 사안을 심각하고 무겁게 보고 있다는 기조는 동일하다"면서도 "다른 조사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강 수석대변인은 지도부내 기류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또다른 조치나 계획으로 이어질지는 지금으로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와 당선인들은 5·18 민주묘지를 찾아 합동으로 참배했지만 윤 당선인은 불참했다. 위안부 쉼터 대지-건물을 정의연에 소개했던 이규민 당선인은 참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