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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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일이라 기억 착오였다”…’국민정서법’ 그리고 윤미향 [일상톡톡 플러스]

윤 당선인, 2억원대 아파트 구입 자금 둘러싼 의혹 입장 번복 /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각론 논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지난 3월1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31번째 수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매입 과정을 둘러싼 의혹 등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은 18일 정치권 일각의 사퇴 요구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데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기도 안성 쉼터와 관련, "처음 (10억원을 준) 현대중공업이 예산 책정을 잘못했던 것 같다. 10억원으로 마포의 어느 곳에도 집을 살 수 없었다"며 "결국 안성까지 오게 됐고 힐링센터를 매입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쉼터를 매입했다는 주장에 "비싸게 매입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건축 자재의 질 등을 봤을 때 저희들 입장에서는 타당했다"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인테리어 비용으로 1억원을 사용한 데 대해선 "전자제품 등을 구입한 것이고, 할머니들이 기분 좋도록 블라인드를 하나 하더라도 고급으로 진행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故) 김복동 할머니 장례식 당시 조의금을 받을 때 개인 계좌를 사용한 것에 대해선 "제가 상주로 김복동 장례위원회를 꾸렸고, 상주인 제 명의로 계좌를 냈다"며 "보통 장례를 진행하는 상주가 통장을 만들어서 집행하는 관례가 있다. 법적인 자문을 받고 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2012년 2억원대 아파트 구입 자금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해명을 번복하기도 했다.

 

애초 그는 기존에 살던 아파트를 팔아 경매로 낙찰받은 아파트를 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매로 새 아파트를 취득한 이후에서야 기존 아파트를 팔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였다.

 

◆거짓 해명 논란 휩싸인 윤미향

 

윤 당선인 측은 설명자료를 내고 "2012년 1월 경매사이트를 통해 아파트를 2억2600만원에 낙찰받았고, 입찰 보증금으로 입찰금액의 10%인 2260만원을 냈다"며 "그해 4월 남은 금액을 정기적금 해지, 가족을 통한 차입, 기존 개인 예금 등으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아파트는 2012년 1월 매물로 내놨지만 매매가 성사되지 않았다"며 "2013년 2월에야 매매가 성사돼 매매금은 가족 차입금을 갚는 데 썼다"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 측은 입장을 번복한 것에 대해 "오래된 일이라 기억 착오였다"고 말했다.

 

◆공세 수위 더 높인 野…윤 당선인 사퇴 촉구

 

야권은 18일 윤 당선인의 부정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날 미래통합당은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쉼터)' 고가 매입 논란과 윤 당선인의 아파트 매입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자 공세의 수위를 더 높였다.

 

곽상도 의원은 윤 당선인이 2012년 4월26일 경매를 통해 현금 2억2600만원을 주고 사들인 경기 수원 금곡동 한 아파트의 매입 자금 출처에 의문을 제기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왼쪽 사진)과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 뉴시스

곽 의원은 "윤 당선인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경매로 사기 위해서 전에 살던 아파트를 팔았다'고 해명했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전에 살던 아파트 등기를 살펴보니 2013월 1월7일 매도한 것으로 밝혀져 전에 살던 아파트 매각대금이 아닌 다른 자금으로 경매 취득한 것이 분명하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2012년 3월29일 경매로 낙찰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녀 미국 유학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우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렸을 것이지만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 거래한 적도 없는 것으로 보아 현금 등이 풍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계좌로 받은 후원금의 사용처가 수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윤 당선자가 안성 힐링센터는 아버지에게 맡기고 단체 소식지는 남편에게 맡겼다. 후원금은 본인 개인 계좌로 받은 것이 드러났다"며 "정의연이 위안부 운동과 할머니들 위한 곳이 아니라 윤미향 가족 쉼터였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하 의원은 "지금 윤 당선자와 정의연은 위안부 운동의 도덕성에 큰 상처 입히고 있다. 그동안의 공이 있다고 해서 계속 두둔하고 방치한다면 할머니들의 노력과 국민들의 성원마저 모두 물거품 된다"며 "아프더라도 과감하게 도려내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썼다.

 

◆김현아 “본인이 바보라고 국민까지 바보로 착각하시면 안 된다”

 

김현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 '쉼터' 고가 매입 논란에 대해 "자기돈이라면 그렇게 했을까? 실제 매입하고도 잘 이용하지 않고 본래 매입의도로도 이용되지 않았다"며 "본인이 몸담았던 조직과 동료들 그리고 애환을 함께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서도 윤 당선인은 사과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의원도 사퇴하시라"고 압박했다.

 

김 의원은 "자꾸 고가 매입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 집이 이태리 명품벽돌을 사용했건 내부 인테리어에 금을 발랐건 그 비용을 다 쳐주는 중고주택 거래는 없다"며 "정말 본인이 몰랐다면그건 본인이 바보인 것이다. 본인이 바보라고 국민까지 바보로 착각하시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조해진 당선인은 "안성으로 간 이유도 해명이 제대로 안 되고, 매입가가 실제보다 안 비쌌다고 했는데 비슷한 평형대의 매매가 보다는 적으면 3억~4억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비싸게 사지 않았다는 것도 해명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조 당선인은 "이미 민주당의 당원들 입에서 벌써 제명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빨리 정리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제명한다는 것은 당원들이 보기에 당원 자격이 없다는 이야기 아니겠나"라며 "당원 자격보다도 더 엄중하고 무게가 심중한 것이 국회의원 헌법기관, 국민대표의 자리인데 당원들이 스스로 당원 자격도 없다고 하면 그 몇 배 더 중대한 국민대표, 헌법기관으로서의 자격은 더 큰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당선자, 쉼터운영 등 모든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검찰수사가 시작되었다. 손절이나 제명, 심심한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회계부정은 물론이거니와 윤 당선자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과 쉼터 운영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통합당 장능인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7억5000만원에 매입한 쉼터를 최근 약 4억원에 매각했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정의연은 심각한 재정적 손실을 보게 된 것이고 그 피해는 결국 수많은 후원자들이 지게 된다"며 "이는 법적인 처벌 여부를 떠나서 '결과적 배임'이자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미향 당선인을 비롯한 내부자들은 적반하장을 멈추고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자세를 취하길 바란다"며 "국민들은 당신들의 진실한 사죄와 반성을 바랄 뿐이다"라고 요구했다.

 

◆안철수 “당정, 이 문제 그냥 놔두고 ‘시간 지나면 해결되겠지’ 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미래한국당은 쉼터 중개자가 여당 소속 이규민 당선자였다는 점과 쉼터에 윤 당선인의 부친이 관리인 직함으로 상주한 점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조수진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주변 시세보다 3배나 비싸게 사도록 중개한 사람은 안성신문 대표였던 여당 소속 이규민 당선자였다. 주변 시세보다 3배 비싸게 판 사람은 안성신문 운영위원장 겸 건축업자 김모 대표였다"며 "쉼터에 상주해온 사람은 윤 당선자 아버지였다. '관리'를 명분으로 6년간 매달 50~120만원, 7580만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정의기억연대와 윤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관련 당국이 즉각 조사에 착수해 사실관계를 국민 앞에 밝혀달라며 공세에 가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윤 당선인의 잇단 의혹에 대해 "이것은 아주 심각한 사안"이라며 "정부여당에서도 이 문제를 그냥 놔두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 라고 생각하면 절대로 안 된다"며 여당에 엄중한 처리를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18일 광주 상무지구의 한 음식점에서 21대 총선 호남 지역 당선인들과 오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규 의원은 "국민 혈세로 지급되는 정부 지원금과 정의기억연대를 믿고 지원해준 국민 성금에 대한 명확한 사용처를 내놓지 못하는 한 이 문제는 중대한 도덕성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만약 정부보조금과 국민들이 모아주신 소중한 성금을 사적 용도로 빼돌리고 유용했다면 이것은 일제시대 독립군 군자금을 빼돌린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난했다.

 

또 "말도 안 되는 친일세력 공세 운운하며 친일 대 반일, 보수 대 진보의 진영대결 프레임으로 몰고 갈 이유가 없다"며 "회계문제와 관련한 여러 의혹을 해소하지 않고 궤변을 늘어놓거나 진영 간 대결로 몰아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려 한다면 그것은 결코 성공할 수 없고 오히려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당선자에 대한 의혹만 커진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범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 “민주당, 더 늦기 전에 확실하게 털고 가는 게 좋을 것”

 

범여권에서도 윤 당선인에 대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민생당 이연기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당선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양이지만 확인된 내용만 해도 도덕적 해이가 분명하다"며 "관리를 아버지에게 맡기고 돈을 지급한 점, 피해자들은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고 펜션처럼 활용한 정황, 그리고 고가 매입 헐값 매도 의혹까지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정의기억연대가 운영한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소재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의 모습. 뉴스1

이어 "민주당은 더 늦기 전에 확실하게 털고 가는 게 좋을 것이다. 윤 당선인에 대한 적대적 진영의 공연한 시비로 보기 어려운 문제점들이 확인되고 있다"며 "이제 무엇보다 윤 당선인의 솔직한 해명이 중요하게 됐다. 어설픈 진영논리 뒤로 숨거나 적당히 덮고 지나갈 단계는 지났다"며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