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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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발음·표정까지 분석… 생각보다 떨리네∼ [탐사기획]

IT업체 ‘AI면접’ 직접해보니 / 질문당 90초 답변시간… 객관식 평가도 / 지원자 논리력·태도는 인사담당자 몫

“지금부터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지원 동기는 무엇인가요?”

2016년 말 어렵게 입사를 한 뒤 다시는 면접을 볼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더는 보고 싶지도 않았다. 직업 특성상 줄곧 질문만 해오던 터라 별것 아닌 질문에도 긴장감은 커졌다. 더구나 면접관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다. 컴퓨터 카메라를 앞에 두고 AI에게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정답’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뭔가 억울했다. 지난달 13일 ‘AI역량평가’를 개발한 마이다스IT의 분당 판교 사옥에서였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흔히 ‘AI면접’으로 널리 알려진 해당 역량평가는 면접관(사람) 대신 카메라와 마이크 기능이 내장된 노트북 앞에 앉아 대답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 면접과 달랐다. AI는 질문을 던진 뒤 생각 정리 시간 및 답변 시간을 약 90초씩 줬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AI가 답변 도중에 말허리를 끊지 않은 게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음 관문은 지원자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 160개에 답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은 모니터에 표시된 객관식 질문을 받고 보기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기존의 인·적성검사와 비슷했다. 깊게 고민을 하지 말고 솔직하게 마음 가는 대로 답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답하면 AI가 ‘신뢰 불가’ 판정을 내려 실제 취업 과정에선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어지는 순서는 AI면접의 핵심인 게임이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카드 뒤집기, 도형 방향 바꾸기 등 게임 10개를 연속으로 해야 했다. 게임은 지원 분야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게임별로 필요한 인간 두뇌의 활동 영역도 다르다고 했다. 이를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정량화된 데이터로 뽑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이다스IT 관계자는 “이를테면 뽑은 지 2년 만에 퇴사하는 직원이 있다면 이런 사람의 특징은 뭔지, 뇌의 어느 부분이 활발한지 등을 파악해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을 모두 마치니 심층 질문을 끝으로 면접이 끝났다.

현재 수준의 AI 면접관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지원자의 발성, 발음, 표정 등을 분석한다. 지원자의 논리력과 태도 등 영역은 여전히 인사담당자(사람)가 녹화된 영상을 돌려보며 평가해야 한다. 기존 대면 면접과 다름없는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다.

업체 측은 “공정한 선발 방식이라는 인식이 퍼져 현재 300개 이상 기업이 AI역량평가를 도입해 활용 중”이라고 했다.

 

특별기획취재팀=안용성·윤지로·배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