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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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치료 필수품 '산소' 부족 심화… 페루서 암거래까지 벌어져

전 세계서 하루 약 62만㎥ 산소 필요 / WHO "산소호흡기 120여개국 지원" / "내주 확진자 1000만명 달할 것"
페루 리마의 한 가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하는 데 필요한 산소탱크를 채우기 위해 시민들이 10시간 동안 기다리고 있다. 리마=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치료하는 데 필요한 ‘산소’가 고갈되고 있다. 산소 치료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산소 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필수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다음주 전 세계적으로 10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WHO에 910만 명 이상이 보고됐고 사망자는 47만명 이상 발생했다”며 “다음주 안에 누적 확진 사례가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브리핑에 배석한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미주 지역, 특히 중남미의 경우 아직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주 이 지역의 많은 국가에서 확진자가 25∼50% 증가했다면서 “앞으로 몇 주 동안 지속해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에서는 일일 신규확진자 수가 3만6천명에 육박하면서 정점을 찍었던 지난 4월의 3만4천203명을 넘어서는 하루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확진자 115만명의 브라질에선 전날 하루 사이 4만여명의 확진자가 새로 추가됐다. 멕시코는 이날 처음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6000명을 웃돌며 최고치를 고쳐 썼다.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급증하는데 치료에 필요한 산소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WHO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전 세계가 하루에 약 62만㎥의 산소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위독한 코로나19 환자는 정상 호흡으로 혈액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지 못한다”며 “심각한 코로나19를 치료하지 않을 경우 장기와 세포 산소 부족으로 장기 부전과 사망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많은 국가가 산소발생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장의 80%를 소수의 국가가 점유하고 있으며, 수요는 현재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경제 재개를 시작한 페루 리마의 한 쇼핑몰 밖에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리마=AFP연합뉴스

산소가 코로나19 치료에 필수품이 되면서 확보가 어려워지자 빈국에서는 산소발생기가 부족해 사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콩고에서 코로나19 자원봉사 중인 의사 마욤 바르카는 “오늘 26명이 사망했는데 그중 70%는 산소 부족으로 숨졌다”며 “산소탱크 몇 개만 있으면 그들은 살 수 있었다”고 한탄했다.

 

의료시설이 부족해 코로나19 환자 상당수가 집에서 자가 치료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페루에서는 산소가 암거래되는 상황이다. 페루 수도 리마의 한 병원에 코로나19에 걸린 가족을 입원시킨 한 여성은 “병원에 산소가 없으니까 밖에 나가서 산소를 직접 구해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한 의사는 “산소 탱크 하나를 120달러에 팔 테니까 사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페루 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하루에 필요한 산소량은 173톤으로 추산되지만, 생산량은 2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산소통이 암거래 시장에 나와 한 통 가격이 기존 350달러에서 1470달러까지 뛴 것으로 알려졌다.

 

WHO는 “최근 1만4000여개 산소호흡기를 구매해 120여개국에 지원했다”면서 앞으로 6개월 동안 17만여개를 추가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