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등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착취물을 단순히 소지하거나 재유포한 사람도 엄단하겠다는 경찰의 의지로 현실로 드러났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울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단은 ‘박사’ 조주빈(24·구속기소)과 ‘갓갓’ 문형욱(24·구속기소) 등이 제작한 아동 성착취물을 소지·재유포한 A(26)씨에 대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트위터 등을 통해 아동 성착취물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다크웹으로 재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올해 3∼4월 아동 성착취물 3000여개를 구매한 뒤 재판매해 110여 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모네로)를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로부터 아동 성착취물을 구매한 사람들을 추적하고 있다.
A씨는 ‘박사방’이나 ‘n번방’ 유료회원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의 공범이나 유료회원이 아닌데도 단순히 아동 성착취물을 소지하고 재유포한 혐의만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크웹이나 트위터 등에서 ‘박사방’ 등과 관련된 아동 성착취물을 재유포하거나 판매 광고글을 게시한 수십명을 특정해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조해 인터넷에 게시된 관련 성착취물 1900여개를 삭제·차단 조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올해 초 ‘박사방’ 사건이 터진 뒤 발본색원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경찰청은 지난 3월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까지 설치했다. 당시 민갑룡 경찰청장은 특별수사본부 현판식에서 ‘박사방’, ‘n번방’ 사건과 관련해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끝까지 추적,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성착취물 제작자와 유포자는 물론이고 가담·방조한 자 전원을 모든 역량을 투입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불법행위자는 엄정 사법조치하고 신상 공개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