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사업을 개척하려는 기업의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아이들이 모래가 없는 곳에서도 자유롭게 모래 놀이를 할 수 있도록 구조물 안에 모래를 채워 만든 간이놀이터(Sandbox)처럼 규제 샌드박스란 그동안 기존의 규제에 막혀 자유롭게 신사업을 펼치지 못했던 개인이나 기업에 정부가 일시적으로 완화를 허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법률 용어로는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 또는 ’임시허가’라고 합니다.
식품산업 분야에서는, 가장 먼저 ‘공유주방’에 대하여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가 부여되었습니다. 식품위생법에는 1개의 주방에서는 1명의 사업자만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36조 1항, 동 시행규칙 36조 별표 14). 1개의 주방을 여러 사업자가 함께 사용하면 교차 오염으로 식중독 등 발생 우려가 있는 탓입니다. 따라서 현행 법령 하에서는 1개의 주방을 2명 이상의 사업자가 함께 사용하는 공유주방을 운영할 수 없고, 주방을 사업자별 칸막이로 분리하고 조리시설을 갖추는 개별 주방 형태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융합 촉진법 10조의 3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 38조의 2에 따라 각각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양 부처 모두 규제특례의 유효기간은 2년 내에서 정하고 1회 연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세부적인 요건은 약간 차이가 있으나 ‘융합’의 개념이 서로 다른 것이 합쳐져 구별이 없어진다는 의미인 만큼 실제 운영상으로는 양쪽이 혼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산자부는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sandbox.kiat.or.kr), 과기부는 ‘ICT(정보통신기술) 규제샌드박스’(www.sandbox.or.kr) 홈페이지를 각각 개설하여 실증 특례 및 임시허가 제도에 대하여 안내하고 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산업부에 ‘1개의 주방을 주간과 야간으로 구분하여 주간(8~20시)에는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자가, 야간(20시~24시)에는 신규 창업자가 각각 사용하는 형태’의 공유주방을 신청하여 지난해 4월29일 허가를 얻었습니다. 이에 따라 신규 창업자는 서울 만남의 광장 및 경기 안성휴게소에서 고속도로 야간 이용객을 대상으로 커피나 핫바, 호두과자 등 간식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심플프로젝트컴퍼니(위쿡)는 과기정통부에 ‘1개의 주방을 동시에 복수의 영업자가 사용하는 형태’의 공유주방을 신청하여 작년 7월11일 허가를 취득하였습니다. 여기서 생산한 제품은 주로 배달 등의 방식으로 판매되며, 위쿡이 운영하는 1개의 주방에서는 약 20명의 사업자가 영업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규제특례에 의하면 공유주방 설치 운영자는 위생관리 책임자를 두고 주방·조리시설 등의 위생관리 상태를 날마다 점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공유주방 사용자는 교차오염 방지와 위생적인 제품 생산 등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공한 ‘운영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한편 지난 4월27일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의 추천·판매’에 대하여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가 부여되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포장된 건강기능식품을 소분·재포장하여 제조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GMP) 적용 업소가 소분하여 생산하는 제품의 형태를 제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소분제조하여 생산하는 제품의 형태에 대하여 별도로 품목제조신고를 하였을 때만 제조가 허용되었습니다(10조 5호, 동 시행규칙 12조 별표4). 따라서 제조업자가 아닌 판매업자는 소분·재포장하여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판매할 수 없었으나, 이번에 규제 샌드박스가 통과됨에 따라 7개 업체, 152개 매장에서 낱개 포장하여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 제도는 새 사업형태에 대하여 정해진 기간 동안 임시로 규제 완화를 허용해주고 시범 운영해본 뒤 실태에 따라 정식으로 법규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규제를 개선하거나, 아니면 기존 규제를 유지하고 시범사업을 폐기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규제특례를 허가받은 영업자들은 시범사업이 규제 회피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유의하고, 앞으로 법규의 개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미연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miyeon.kim@barunlaw.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