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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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복 입혀 대북특사 보내자던 박지원…‘특사’ 성사될까

청와대 “문 대통령, 오래 전부터 박 후보자 너무 잘 알아”
신임 국가정보원장에 내정된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국가정보원장으로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파격 임명한 것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5일 “오로지 문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 대북관계 개선에 대한 문 대통령의 남다른 의지가 담긴 셈이다.

 

이 관계자는 박 내정자에 대해 “외교안보 라인은 콕 집어서 역할을 한정 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며 외교, 안보, 통일 등 영역을 넘나드는 폭넓은 활동을 예고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북특사로 활동한 박 내정자가 평소 언론 인터뷰에서 “방호복 입혀서라도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만큼 ‘대북 특사’ 파견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 여부도 관심을 받고 있다.

 

박 내정자는 18~20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한 북한 관련 전문가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주도한 ‘북한통’으로 불린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특사’로 활약한 이력이 있는 박 내정자는 최근 악화된 남북관계에 대해 거듭 ‘대북특사’ 파견을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달 16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에 특사를 보내고 북한에도 특사를 보내서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통해 하노이 회담 때 거론되던 영변 핵시설을 추가해 폭파하고 행동 대 행동으로 미국도 제재 해제와 경제 지원을 하는 ‘돌파구’라도 만들어야 한다”며 “(이에 따라) 트럼프도 살 수 있고 김정은도 살 수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그러한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박 내정자는 지난달 17일 문 대통령과 외교·안보 원로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뒤에도 교착 상태에 있는 북미관계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다. 박 내정자는 다음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선에서 구체적인 합의와 신뢰가 있다는 점에서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문 대통령께서 ‘남·북·미 정상 간 비핵화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이해, 합의가 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밑에서 반대하니 못했다’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걸 지시하고 상의하달 식으로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희망을 느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여전히 신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중재를 통해 대화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2018년 4월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왼쪽)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날 오찬 간담회가 박 내정자의 임명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으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박 내정자가 국정원장으로 정리된 시기는 원로 오찬 그 이후라고 들었다. 오찬이 영향이 미쳤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며 “박 후보자는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부인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국·유럽연합(EU)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 이전 북미간 대화 노력이 한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북미대화를 강조한 만큼 정부가 조만간 특사 파견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사 파견이 이뤄진다면 이번에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임명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나 박 내정자가 직접 나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임 전 실장의 특사 파견설에 대해 “임명장도 수여하기 전”이라며 말을 아꼈다.

 

국회 외통위원장을 지낸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민 대북특사단 파견’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북측과 대화를 해야 하지만 대통령의 사람들로는 그 대화 통로를 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야와 보수·진보를 아우르고 북한 문제에 정통한 보수 야권 인사를 포함하는 국민 특사단을 구성해 북한에 파견하라”고 제안했다.

 

야권에선 이번 문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굴종적 대북 유화정책이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정부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특사로 요청했다 거절한 것을 폭로한 바 있다. 미래통합당 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인 박진 의원은 이날 박 내정자에 대해 “불법 대북송금에 관여했던 분이 대한민국 정보기관 수장이 됐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번 문 대통령의 결정은) 균형감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대북편향 인사”라며 “지금보다 더한 자세로 굴종적 대북 유화정책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폭탄선언”이라고 꼬집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