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여권 지지자, 박원순 고소한 비서 추정인물 신상정보 유포 '2차 가해' 우려

강훈식 수석대변인 "무분별한 신상털기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의 유포가 잇따르고 있는데, 즉각 중단돼야 한다"
지난 10일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 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양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야권은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만큼, 고소인을 향한 2차 피해 가능성을 고려해서라도 무조건적인 '애도 모드'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장례가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지는 것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인에 대한 추모가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일부 지지자 사이에서 '신상털기' 움직임까지 보이자 자제를 요청하며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과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박 전 시장 조문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최 전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정의당은 왜 조문을 정쟁화하나"라며 "지금은 애도할 시간"이라고 적었다.

 

전날 정의당 류호정, 장혜영 의원이 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서울시청 직원에 대한 연대를 표하고 조문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을 직격한 발언이다.

 

이를 두고 진 전 교수도 글을 올려 "한 여성에게 수년간 고통을 준 이에게 조문 가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는 게 정쟁화인가"라며 "애도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면 본인이나 입 닥치고 애도하라"고 일갈했다.

 

진 전 교수는 또 "옛날 성누리당 지지자들이 갑자기 페미니스트가 되고, 옛날 민주당은 더듬어만지당으로 변신해 그 짓을 변호하고"라고 했고, 박 시장 추모 현수막 사진을 공유하면서는 "잊지 않고 계승하겠다니 민주당 지자체장들의 성추행,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 같다"며 거센 조롱과 비난을 이어갔다.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박 시장 빈소가 마련된 지 이틀째 공식 조문을 하지 않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으려던 일정을 보류하고 "조문 일정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고인의 죽음에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지만, 별도의 조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고위 공직자들의 인식과 처신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면서 "공무상 사망이 아닌데도 서울특별시 5일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민주당은 '조문 정국'을 놓고 야권은 물론 여성계와 시민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의식한 듯 공식적인 추모 메시지는 자제했고, 성추행 사건 고소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박 시장을 고소한 비서에 대한 신상정보가 유포되며 '2차 가해' 우려가 커지는 데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무분별한 신상털기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의 유포가 잇따르고 있는데,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지금은 어떠한 사실도 밝혀진 바 없다. 또 다른 논란이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