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7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에 대한 호칭을 ‘피해자’로 변경해 부르기로 결정했다. 전직 비서 A씨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일관되게 지칭해 온 민주당의 태도를 놓고 ‘2차 가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허윤정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현안 브리핑 이후 기자들을 만나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자로 호칭을 통일하기로) 그렇게 논의됐다”고 말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 공개발언을 통해 “지금부터는 ‘피해 호소인’이 아닌 ‘피해자’라는 표현 사용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피해자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당에서는 진상규명을 포함해 피해자 보호에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앞서 지난 15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직접 사과하는 자리에서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발표한 성명서와 당권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의 입장문에서도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또다른 당권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피해 고소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민주당은 과거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추행 및 성폭행 사건에서는 ‘피해자’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에 야권과 시민사회 등에서는 “박 전 시장에 대한 법적 판단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련 성추행 혐의를 ‘피해자의 일방적 주장’으로 치부하려는 의도적 표현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전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당 지지율 격차가 4.3%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에 들어서는 등(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지지층 이탈 현상까지 나타났다. 당내에서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가족부가 전날 ‘고소인을 법상 피해자로 본다’고 입장을 낸 것도 당의 입장 변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은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규명을 연일 촉구하면서도 자칫 ‘역풍’에 휘말리지 않을까 경계하는 모습이다. 통합당은 이날 오전 긴급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섹스 스캔들’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정원석 비대위원에 대해 경고 및 ‘활동정지 2개월’ 권고를 결정했다.
김민순·장혜진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