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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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시진핑에 꼬리 마나?… “中, 이미 그 부동산(남중국해) 소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중국은 이미 그 부동산(남중국해)을 갖고 있다”며 중국과 대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전했다. 

 

SCMP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7일 연례 국정연설에서 “4일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이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요청했다”고 전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굳히기 시도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필리핀이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을 더는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특히 취임 이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던 두테르테 대통령이 완전히 중국 쪽으로 기울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중국과 대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속 대립하면 대안은 전쟁으로 가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럴 역량이 없기 때문에 외교가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특히 “중국이 ‘서필리핀해’를 주장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은 무기가 있고, 우리는 없다”며 “그래서 간단하다. 중국이 그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기를 가진 그들에 대항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우리는 전쟁을 해야 하지만 나는 할 수 없다. 속수무책이다. 그것을 기꺼이 인정하겠다”고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시 주석에게 필리핀 내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시 주석에게 간청했다. 중국이 최근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확보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 백신들을 구매할 수 있을지를···”이라고 전했다. 

 

필리핀은 지난 27일 기준으로 8만204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1945명이 사망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감염자 수가 많은 국가이다.

 

중국은 2012년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는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를 강제 점거하고,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해 영유권 주장을 본격화했다. 필리핀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했고, 2016년 7월 중국 측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은 PCA의 판결을 무기하고 남중국해 곳곳에 인공섬을 구축하고 군사기지화를 시도하면서 영유권 굳히기를 본격화했다. 필리핀과의 갈등이 극에 달했지만, 중국은 필리핀산 농수산물 수입을 거부하는 등 압박을 가했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이후 친중 노선을 유지해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필리핀에 미군 주둔기지 구축을 재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때 미군은 필리핀 내에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 만 해군기지를 갖고 있었다. 이 두 기지는 미국이 본토 밖에서 가진 가장 큰 군사기지였다. . 필리핀 내 미군 기지는 1992년 철수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