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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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거 없냐고 물으니 ‘여자’라고”…코로나 갑질에 깊어진 간호사의 고충

코로나 전담병원 간호사 A씨, 25일 MBC 라디오 인터뷰서 “코 푼 휴지 흩뜨리기도”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업무를 보는 의료진.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음.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맞서는 간호사들 중 일부가 이른바 ‘진상 환자’들로 인해 고충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환자들이 간호사들에게 치료 외에 다른 것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자신을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근무한다고 소개한 간호사 A씨는 “(환자분들 중에) 좋은 분들도 계시지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분들 때문에 간호사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A씨가 소개한 ‘진상 환자’들은 ‘1인실을 달라, 내가 왜 입원을 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거나, 심지어 영양제와 파스·커피나 담배·과일과 삼계탕 등을 간호사들에게 요구했다. 병원 내는 엄연한 금연구역인데 택배로 담배를 들여와 피우다가 걸린 사례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행여나 금지사항을 설명이라도 하면, 일부 환자들은 간호사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문을 발로 차며, 심지어 자신의 ‘코 푼 휴지’를 바닥에 마구 흩뜨리는 식으로 일종의 항의를 한다고 A씨는 밝혔다.

 

속옷을 가져오지 못했다며 ‘팬티를 빨아달라’는 요구도 나왔고, 한 남성 환자는 “필요한 게 없냐”는 간호사의 질문에 “여자요”라고 답했다고 A씨가 언급해 청취자와 진행자를 당황하게 했다.

 

자신이 감금됐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현장에 경찰관 등이 나왔다가 장소가 코로나19 전담병원인 걸 알고는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고 A씨는 설명했다.

 

이 같은 A씨의 하소연이 이어지자 청취자들의 분노에 찬 댓글이 이어졌다고 진행자는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A씨는 “앞으로 안 좋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게) 되면 자꾸 (간호사들의) 사직률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향후 인력부족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