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 소속 선수단의 합숙 환경을 개선하고, 운동선수 인권침해 신고 핫라인을 구축한다.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을 계기로 ‘성적지상주의’ 문화를 바꾸고 소속 운동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8일 이 같은 내용의 ‘서울시 체육계 인권침해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소속 직장운동경기부에는 총 50개팀에서 선수 311명과 감독·코치 64명이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대책 수립을 위해 선수단 전원을 대상으로 인권침해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선수·지도자 간담회 등을 통해 보다 실질적인 인권보호 대안을 마련했다. 우선 선수단 합숙 시스템과 합숙 환경을 개선한다. 선수 관리·통제 중심의 개념이었던 합숙소는 원거리 거주 선수를 위한 주거복지 개념으로 전환한다. 의무사항이었던 합숙소 거주는 선수들이 거주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2∼3인 1실인 합숙 환경은 1인 1실로 단계적으로 개선한다. 합숙소 이름은 ‘생활관(가칭)’으로 바꾼다.
성적지상주의 문화도 함께 개선한다. 지도자의 연봉·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평가에서 선수들의 성적 평가 비중은 90%였지만, 앞으로는 50%로 대폭 낮춘다. 성적을 잘 내도록 한다는 이유로 지도자가 선수들에게 가혹행위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도자 평가에는 선수들이 지도자를 평가하는 다면평가제도가 도입된다.
또 지도자와 선수 간 소통을 강화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인권강사가 훈련장소로 찾아가는 인권교육을 실시한다.
인권침해 사례는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한다. 서울시 관광체육국 직속으로 인권침해 신고 핫라인을 운영하고, 신고 접수 시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시 체육회 감사실 조사 또는 스포츠윤리센터 이첩 등을 통해 신속히 조치할 예정이다. 인권침해 가해자에 대해서는 사건 인지 즉시 직무배제 등을 통해 피해자와 분리하고, 인권침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해임 등 강력한 조치(원스트라이크 아웃)를 시행한다.
아울러 비정기적으로 실시하던 선수단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분기별 1회씩 실시하고, 숙소와 훈련장 등에 대해 수시 현장점검을 한다. ‘인권지킴이 매뉴얼’을 제작한 뒤 훈련장과 숙소, 화장실 등에 요약문을 부착해 인권침해에 대한 인식 개선에 나선다.
서울시는 이 같은 인권 관련 시책 추진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시 체육기본조례(가칭)’를 신설한다. 조례에는 서울시장에게 체육인 인권보호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 담긴다.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을 위원장으로 서울시 체육계 관련기관, 전문가, 지도자·선수 등이 참여하는 ‘서울시 체육계 인권침해 근절 대책위원회(가칭)’를 구성, 인권침해 근절대책 이행 현황 점검을 위한 상시 거버넌스 체계도 구축한다.
주용태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이번 대책을 통해 체육계의 성적지상주의 문화와 선수단 운동 환경을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서울시 소속 선수단 모두가 서로 존중하면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