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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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향·쫄깃 식감’ 중독성 강해… 면역력에도 굿 [김도훈의 맛있는 이야기]

냄새 안나는 냉장 램 수입되며 큰 성장
나라별로 다양한 요리
양꼬치, 쯔란 등 소스와 찰떡궁합
미쉐린 맛집 ‘이치류’ 삿포로식 ‘징기스칸’ 선봬
한국식 양념소스 가미한 ‘양인환대’의 양갈비 일품
성경의 첫번째권인 창세기에서도 등장하는 양은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식재료다. 그리고 돼지고기를 금하는 이슬람교, 소고기를 금하는 힌두교 등 주요 종교들로부터 금기시되지 않기 때문에 ‘고기의 왕’으로도 불린다. 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하여 현미, 파프리카, 고구마, 고등어 등과 함께 면역력을 높여주는 식품으로 소개된 양고기는 더더욱 선호하는 육류이다.

 

역사가 길고 전세계적으로도 대중적인 양고기가 국내에서 하나의 인기 외식 메뉴로 자리 잡은 지는 5년 정도로 짧은 편이다. 그 이유에는 양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노린내가 한몫했다. 양은 12개월 미만의 어린양을 램(lamb), 12∼20개월 이상의 나이든 양을 머턴(mutton)이라고 한다. 이 머턴에서 나는 특유의 노린내 때문에 국내에서 외면 받다가 부드럽고 노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 냉장 램이 수입이 되면서 큰 성장을 하였다. 긴 역사만큼이나 각 나라별로 다양한 양고기 요리가 있다.

#중국 옌볜식 양꼬치 한국인 입맛에 딱

넓은 중국 대륙에는 지역별로 다양한 양고기 요리가 존재한다. 양고기국수, 양탕, 양다리구이 그리고 지역별로 다른 볶은 메뉴로부터 국내에서도 최근 사랑받고 있는 훠궈도 바로 양고기 요리 중에 하나다.

중국에서도 대표 외식문화 중의 하나인 양꼬치는 국내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요리이다. 전국에 등록된 양꼬치 전문점만 수백곳이 넘고 각종 매체에서는 ‘양꼬치엔 칭타오’라는 유행어가 꾸준히 소개가 될 정도이니 말이다. 양꼬치는 대표적으로 위구르식과 옌볜식 두 분류로 구분된다.

성민양꼬치

우리나라에는 자양동, 구로동 일대에 중국교포들이 2000년 초반에 대거 들어오면서 옌볜식 양꼬치가 들어왔다. 쇠꼬치에 꽂힌 두툼한 양고기를 숯불 화로에 직접 구워 먹는 양꼬치는 먹다보면 꼬치 개수를 셀 수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중독성이 대단하다. 특유의 향미와 함께 입혀진 불 맛, 담백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양꼬치는 쯔란 등의 소스와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또한 양꼬치로 유명한 맛집들은 기본적으로 음식들도 맛이 있다. 마파두부, 토달볶, 궈바러우, 어향가지, 경장육슬, 옥수수탕면 등 입맛과 술맛 돋는 메뉴들이 가득하다. 이들과 함께할 때면 시원한 맥주도 좋지만 백주와 함께 하는 것도 추천한다.

#몽골이 아닌 삿포로에서 온 칭기즈칸

일본에서 대표적인 양고기 요리는 삿포로의 칭기즈칸이다. 정작 몽골, 중국에는 없는 칭기즈칸의 유래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태평양전쟁 패망 이후에 군모를 만들기 위해 들여온 양들이 쓸모가 없어지자 이 양들을 처리하기 위해 양고기를 먹는 방법이 생겼다고 한다. 유목민인 몽골하면 양이 떠오르고 몽골은 곧 칭기즈칸으로 이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실제로 삿포로 칭기즈칸의 불판은 가운데가 우뚝 솟은 몽골 병사들의 투구 모양을 하고 있다. 이 무쇠 그릴에 갖은 야채와 함께 양고기를 직화로 구워 먹는다.

이치류 램크라운

국내에서는 2010년에 처음으로 정통 삿포로식 칭기즈칸이 소개 되었다. 전국에 칭기즈칸의 열풍을 일으킨 곳은 미쉐린 가이드에도 4년 연속(2017∼2020) 선정된 ‘이치류’다. 일본에서 양고기 손질법과 비법 소스를 전수 받은 주성준 대표가 맛뿐만 아니라 현지의 분위기까지 재현했다. 직접 숙성시키는 냉장 램은 양고기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문턱을 낮추었다. 직화에 직접 구워주는 양갈비를 저염간장에 천연 과일을 넣은 칭기즈칸 소스와 함께하면 딱 떨어지는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양갈비뿐만 아니라 직접 손질한 양등심, 양살치살, 양설 그리고 최근에는 램크라운 등 메뉴들도 인기 메뉴이다. 이외에도 야스노야, 교양식사 등이 국내에서 대표적인 칭기즈칸 전문점이다.

#우리 이야기를 담은 한국식 양구이

농경문명이 일찍 정착한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적으로도 종묘 제사나 약용 정도로 쓰인 기록은 있지만 양을 주식으로 먹는 식문화가 발달하지는 않았다. 농사일을 도왔던 소, 사육하기 쉬운 돼지와 닭이 아무래도 주 육류 공급원이었다. 현대에서 들어서도 양의 유통이 늘어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양요리라고 하면 소의 4개 위 중 첫번째 위를 말하는 양이 떠오를 정도이니 말이다.

양인환대 새앙갈비

중국의 다양한 양요리, 일본의 칭기즈칸 같은 요리들은 없지만 우리의 이야기, 식문화를 담은 한국식 양구이를 선보이는 곳이 있다. 신용산에 위치한 ‘양인환대’다. 한식의 뿌리와 맞닿아 있는 우리의 철학인 식약동원(음식과 약의 근원은 같다)을 기본 이념으로 ‘한식약념과 새앙갈비’라는 부재로 문을 열었다. 생고기 위주 육고기 문화에 새앙(생강)으로 낸 ‘약념(시즈닝)’을 더해 우리만의 맛을 선보인다.

대표 메뉴는 새앙갈비로 부위로 따지면 사각갈비(숄더랙+목살)로 직접 담근 생강청의 달콤함과 정제버터의 고소함 그리고 자체 숙성을 통한 부드러운 육질과 양의 풍미.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동서양의 조리기법으로 탄생한 시그니처 메뉴이다. 다양한 부위육을 구워 먹은 후에는 양전골과 타락죽을 추천한다. 맑은 육수에 미나리를 곁들여 먹는 전골은 양의 사태 부위가 큼지막하게 들어가 있으며 구이류 부위들과는 또 다른 식감과 맛을 즐길 수 있다. 타락죽은 남은 전골 육수에 생크림과 밥을 넣어 한소끔 끓인 뒤 미나리와 청양고추를 넣어 크림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생소할 수 있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해석한 한국식 양구이도 맛있는 경험이다.

김도훈 핌씨앤씨 대표 fim@fimcn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