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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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펀드 투자금 회수 전망, 라임보다 ‘비관적’

실사결과 이번주 나와
자산 대부분 실체없는 SPC 투자
부동산개발·로비자금 등에 쓰여
회수 가능한 자산 극히 일부될 듯
운용·판매사 사기공모 증거 없어
라임처럼 ‘100% 반환’ 결정 힘들 듯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 사무실이 굳게 닫혀 있다. 뉴시스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들어간 고객돈 5000여억원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 파악한 실사 결과가 이번 주 나온다. 옵티머스 일당이 펀드 자산 대부분을 실체가 없는 특수목적법인(SPC)에 투자했고, 자금이 SPC를 거쳐 부동산 개발사업 투자, 로비자금, 상장주식 매입 등에 사용된 만큼 회수 가능한 자산은 극히 일부일 것으로 추정된다. 실사 결과가 나오면 분쟁조정 작업도 탄력을 받겠지만 투자자들이 원하는 ‘100% 원금 반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이번 주 중으로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자산 실사 결과를 내놓는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7월부터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실사를 진행해왔다. 회계법인 측은 디지털 포렌식 작업 등을 통해 펀드 자산의 실존 여부, 회수 가능 자산 규모를 파악했고 현재 실사작업을 거의 마무리지었다.

회계법인은 올해 초 라임자산운용 펀드 실사 때처럼 자산을 A, B, C등급으로 나누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는 모(母)펀드가 여러 개여서 자산별 회수 가능성을 평가했지만 이번에는 자산이 투자된 곳이 사실상 하나의 몸통(옵티머스 일당)으로 모여서다. 삼일회계법인은 약 5000억원의 자산에 대한 회수율 하한선과 상한선을 명시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옵티머스 펀드 실사 결과가 라임 때보다 더 비관적일 것으로 본다. 지난 라임 펀드 실사 결과 테티스 2호와 플루토 FI D-1호의 회수율은 각 58~79%, 50~68%였는데 이보다 회수율이 낮을 것이란 의미다.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건 옵티머스가 펀드 자산으로 사모사채 등을 대거 편입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옵티머스 펀드 중간 검사 결과에 따르면, 옵티머스 일당은 5235억원의 펀드 편입자산 중 5109억원(98%)을 씨피엔에스, 아트리파라다이스, 라피크 등이 발행한 사모사채를 사들이는 데 썼다. 이들 업체는 옵티머스 관련 인물이 이사나 대표로 올라 있는 옵티머스 관계회사다. 펀드 자금은 해당 업체를 거쳐 상장·비상장주식 투자, 부동산 개발사업 투자, 로비자금, 개인 자금 등으로 쓰였다.

펀드 실사 결과가 나오면 분쟁조정 작업은 탄력을 받게 된다. 본래 분쟁조정은 손해액이 산정돼야 진행이 가능하지만, 금감원이 최근 판매사와 투자자가 동의하는 경우 추정손해액으로 분쟁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실사 결과가 나오면 금감원이 분쟁조정 절차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단, 분쟁조정 결과 투자자들이 원하는 ‘100% 원금 반환’ 결정은 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감원 분쟁조정 역사상 최초로 100% 원금 반환 결정이 나온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판매사가 펀드 부실을 인지하고 운용사와 공모해 사기를 쳤다. 당시 금감원이 2018년 11월 이후의 무역금융펀드 판매분에 대해서만 100% 원금 반환 결정을 내린 것도 판매사가 부실을 인지하고 라임 측과 공모를 시작한 게 2018년 11월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0일 여의도 NH투자증권 앞에 모인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 모임 구성원들이 사기 판매 규탄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옵티머스의 경우 운용사가 사기를 친 건 명백하지만 펀드 최대 판매처인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와 사기를 공모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운용사의 사기를 갖고 판매사에 100% 원금 반환을 요구하기는 법리적으로 힘들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펀드 계약은 결국 판매사와 투자자 간 계약이기 때문이다.

당국은 추후 분쟁조정 과정에서 수탁사에 책임을 지우는 방안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해액에 대해 판매사와 수탁사가 책임을 분담하면 손해배상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