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의원들이 10일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는 이정옥 장관과는 여성인권, 피해자 보호를 위한 여가부 예산을 심사할 수 없다”고 이정옥 장관에 사퇴를 요구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는 과정에서 이 장관의 미흡한 대응과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집단학습의 기회”라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 장관이 장관 자리에 연연하는 이상 여가부 예산 심사에 임할 수 없다”며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여가부 예산을 심사하는 길은 장관이 스스로 책임지는 것뿐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지난 7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입장문에서 피해자를 ‘피해 고소인’으로 표현해 논란이 됐다. 여성단체 등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여가부는 “관련법에 따라 피해자라고 본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이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지자체장의 성폭력 의혹에 따라 빚어진 내년 재보궐 선거에 대해 “국민 전체가 성(性)인지성에 대해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나는 학습교재냐”고 반발했고 일부 여성단체도 이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야당 의원들은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여가부 장관이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자행하고 있다”며 “성폭력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외면하는 여가부 장관과 함께하는 여가부는 더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누구를 대변하고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이 장관과는 여성인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여가부 예산을 심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예정된 내년 여가부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 심사는 시작 10분 만에 파행됐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