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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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휴대전화 비밀번호 숨기면 강제 제재"… 법조계 "위험한 발상"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겼다”고 지적하며 ‘강제적으로 풀 수 있는 법률 제정 검토’를 지시했다. 법조계에서는 피의자 방어권을 무시한 위험한 발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또 인권을 강조하는 법무부가 내린 지시가 반헌법적이어서 믿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법무부는 12일 “채널A 사건 피의자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례와 같이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영국 등 외국 입법례를 참조하여 법원의 명령 등 일정요건 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이 길어지자 수사에 협조하라는 압박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한 검사장은 즉각 반발했다. 한 검사장은 “당사자의 방어권은 헌법상 권리인데 헌법과 인권보호의 보루여야 할 법무부 장관이 당사자의 헌법상 권리행사를 악의적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며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법조계에서도 법무부가 내놓은 입장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검사 입장에서는 수사의 신속성이 높아지고 편리해 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피의자 쪽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 검사는 “검찰개혁의 순수성마저 의심스럽게 만드는 지시”라며 “검찰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인지, 아니면 힘을 빼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법무부는 인권보호를 앞세워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진행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한 뒤 검찰은 공개소환을 없앴다. 포토라인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는 언론의 눈을 벗어난 채로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밤샘조사도 폐지됐다. 그동안 새벽 늦게까지 진행됐던 강도 높은 조사가 사라지고 피의자는 오후 9시까지만 조사를 받도록 지침이 내려졌다. 정 교수 역시 밤샘조사를 피할 수 있었다. 

 

과도한 수갑 사용도 제한됐다. 영장 실질심사에 자진출석하는 피의자는 수갑과 포승을 착용하지 않도록 지침이 정해졌다.

 

불 켜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연합뉴스

추 장관 때는 공격적인 개혁이 추진됐다. 추 장관은 검찰의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공소장 비공개 원칙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검찰의 기소가 이뤄졌을 당시부터 예고 없이 이뤄졌다. 국민의 알 권리보다 피의자들의 인권을 위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지만 시점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추 장관이 기자 간담회에서 언급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의 분리 역시 인권보호 차원에서 추진 되는 것이라고 해석됐다. 추 장관은 검찰이 기소를 목표로 수사하는 관행을 문제 삼았고, 무죄가 난 엘씨티 사건을 언급하며 인권이 침해됐다며 검찰을 공격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인권변호사를 지낸 대통령이 있는 나라의 법무부 장관이 어떻게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법무부 법률가 참모진은 어떤 의견을 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인권보호를 위해 검찰개혁을 외치던 법무부가 특정 인물을 겨냥한 법률 제정을 언급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라며 “다양한 수사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 포렌식에만 매달리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사건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