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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연말인사 키워드는 ‘파격’ ‘쇄신’… 위기 정면돌파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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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그룹 정기인사 보니
젊은 임원 대거 발탁 ‘세대교체’
삼성전자, 40대·여성 고루 등용
LG, 83년생 최연소 임원 발탁

오너 3∼4세 전면등판
한화, 장남 김동관 사장 승진
LS, 구본혁 CEO에 이름 올려

코로나 직격탄 유통업계 칼바람
롯데, 13개 계열사 CEO 교체
신세계, 부사장급 70% 물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주요 기업들의 연말 정기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인사의 공통된 핵심 키워드는 ‘파격’과 ‘쇄신’이다. 대체로 사장단 인사보다는 임원 인사에 무게를 실었고,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해 ‘인적 쇄신’을 추구했다. 오너 3∼4세의 전면 등판도 눈에 띈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조직개편’과 ‘계열분리’가 인사에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단행한 정기인사에서 사장단은 ‘소폭’, 임원은 ‘대폭’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자 DS(반도체), CE(가전), IM(모바일) 3개 사업부문의 수장인 김기남 부회장·김현석 사장·고동진 사장 3인 체제는 그대로 유지한 반면, 임원 인사에서는 3년 만에 최다인 214명을 승진시켰다. 삼성전자는 올해 코로나19 사태에도 3개 사업 부문에서 고루 높은 실적을 거뒀는데, 사장단을 유임해 이런 흐름을 이어가면서 밑으로는 승진자를 대거 발탁해 세대교체를 이루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장단 인사에서 생활가전사업부 이재승 사장이 창립 이래 첫 생활가전 출신 사장 승진자로 이름을 올려 삼성 인사의 대원칙인 ‘성과주의’를 다시금 각인했다. 임원 인사에서는 40대, 여성, 외국인 등을 고루 발탁한 점이 특징이다.

LG 역시 비슷한 기조다. LG는 이번 인사에서 경영진은 4명을 새로 선임했고, 177명을 새로 승진시켜 총 181명 규모의 인사를 단행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속에 경륜 있는 경영진을 유지하고, 동시에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인재 발굴에 적극 나섰다는 평가다. LG 역시 45세 이하의 젊은 임원 승진자가 해마다 늘고 있는데, 올해는 LG생활건강 중국디지털사업본부장 지혜경 상무가 1983년생으로 최연소 승진자로 이름을 올렸다. LG화학의 배터리부문 분사와 LG상사 등의 계열분리로 요약되는 대규모 조직개편도 인사에 반영됐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를 분사해 집중 육성하면서 상사 등 비주력 계열사를 분리해 전자·화학을 중심으로 하는 경영 효율화를 이루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유통업계다. 임원 자리가 대폭 축소되며 상당수가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물론 CEO까지 ‘인사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직격탄을 맞은 만큼 인사를 통한 체질개선과 쇄신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임원 100여명이 옷을 벗었고, 롯데푸드와 롯데칠성음료, 롯데지알에스 등 13개 계열사 CEO가 교체됐다. 롯데칠성음료 대표에는 전무로 승진한 50세의 박윤기 경영전략부문장이 선임됐다.

신세계도 백화점 부문 전체 임원 20%가 물러났고, 부사장급 임원은 70% 넘게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신세계그룹 이마트 부문도 50대 대표를 선임했는데 컨설턴트 출신 외부인사인 강희석 대표가 이마트와 SSG닷컴 대표를 겸하게 됐다.

오너가 3~4세도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하고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가 승진하면서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LS그룹에서는 고(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인 구본혁 LS니꼬동제련 부사장이 3세들 중 처음으로 계열사 CEO에 올랐다. 코오롱그룹은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코오롱글로벌 수입차를 총괄하게 됐다.

재계가 심각한 경영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파격·쇄신 인사를 꺼내들었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5대 그룹의 한 임원급 인사는 “새로운 사람만 혁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인원 감축과 비용절감을 ‘세대교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 아닌가 하는 회의감도 든다”고 토로했다.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은 “나이가 젊은 축에 속하는 오너가 3∼4세들이 사장단에 포진하면서 이에 맞춰 CEO와 임원급 인사도 세대교체를 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분위기가 된 것 같다”면서도 “젊은 임원은 상대적으로 경륜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기존 임원과의 갈등을 빚을 우려가 있는 만큼 세대교체와 실적 간 연관성은 앞으로 두고 봐야 할 문제”라고 평가했다.

 

권구성·박세준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