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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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女 대통령 언급한 추미애, 대권 열망 드러내나

“경제개혁 단행 후 언론·검찰 습격으로 탄핵”
‘깨시민’의 냉철한 판단·감시 필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긴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브라질 최초 여성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 관련 내용을 언급하면서 ‘깨어있는 시민의 자세’ 중요성을 강조했다.

 

추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넷플릭스로 ‘위기의 민주주의‘를 봤다. 룰라 대통령에 이어 브라질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된 지우마 호세프가 경제개혁을 단행한 이후 이에 저항하는 재벌과 자본이 소유한 언론, 검찰의 동맹 습격으로 탄핵을 당하게 된다”며 “지우마는 물러나면서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죽음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군부의 권력을 밀어내고 간신히 쟁취한 민주주의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 미래가 암울한 브라질은 시지프스의 돌처럼 나락에 떨어진 민주주의의 돌을 들어올리기 위해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할 상황”이라며 “민주주의는 두 눈 부릅뜬 깨시민의 언론에 길들여지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냉철한 판단과 감시가 계속되지 않는다면 검찰권과 사법권도 민주주의를 찬탈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끔찍한 사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밤”이라고 남겼다.

 

당시 브라질 정치권은 호세프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 국영은행의 자금을 사용하고 이를 되돌려주지 않는 등 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탄핵시켰다.

 

◆“공수처 출범하면 추미애 임무 완수”

 

추 장관이 ‘민주주의 위기’를 언급하면서 든 사례가 사뭇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야권 비토권을 없애면서 사실상 여권 입맛에 맞는 연내 공수처장 선임이 가능해졌다. 이를 두고 ‘거여 폭주’, ‘법치주의 위기’라는 학계의 비판이 나오자 추 장관이 우회적으로 반박한 셈이다.

 

또, 추 장관이 수면 아래로 잠시 내려놓았던 대권 열망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추 장관은 지난달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관직을 그만둔 다음에는 (대권 도전을) 할 수 있다는 말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거야 알 수 없고, 검찰개혁이 완수될 때까지는(안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공수처가 출범하면 일정 부분 추 장관의 검찰 개혁 산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공수처가 출범하고 지금 검찰 상황이 진정되면 장관으로서 모든 임무를 완수했다고 본다”며 “검찰개혁의 다음 단계로 나가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낙연·이재명 양강 구도 깰 수 있나

이런 상황에서 추 장관이 브라질 최초 여성 대통령 사례를 언급한 건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 장관은 민주당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어 여권 대선 주자 선호도 3위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 국면에서 추 장관이 자신의 지지율을 일부 끌어올린 효과를 봤다.

 

여권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대권 직행이 아니라 2차 개각 때 내려온 뒤 서울시장에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권은 이 대표와 이 지사 양강 체제가 워낙 견고한데 추 장관이 이 구도를 깨고 올라서는 건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보궐선거 당선 후 ‘최초 여성 서울시장’ 타이틀을 거머쥔 뒤 차차기 대권을 노리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에서 오르내린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