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결정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검사징계위원회 심의·의결 요지’가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틀리는 등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검사징계위원회 심의·의결 요지’에 따르면 징계위는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 위신 손상의 사유로 윤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징계위는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 위신 손상’ 부분에서 “징계혐의자(윤 총장)는 2019. 12. 31. 세계일보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 2위를 차지한 것을 인지하고 명단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보도되었는데, 2020. 8. 이후 동일 또는 유사한 노력을 하였다는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음”이라고 명기했다.
하지만 윤 총장이 적합도 조사 2위를 차지한 세계일보 여론조사는 신문 지면기준으로 2020년 1월31일자, 여론조사 공표 기준 날짜는 1월30일이었다.
여론조사에서 날짜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도 공표 의무사항인만큼 중요한 요인인데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이같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틀린 셈이다. 당시 윤 총장 측에서 명단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기공표된 여론조사에서 특정 후보를 누락한 채 발표하면 왜곡행위로 인정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낸다. 이 때문에 당시 윤 총장이 포함된 여론조사는 결과 그대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징계위는 논란이 된 ‘정치적 중립’에 대해 윤 총장이 정치 활동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회피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퇴임 후 정치 활동을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징계혐의자가 선택할 일이지만 검찰총장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윤 총장의 행동이 정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일이 반복됐다”며 “급기야 국정감사장에서 정치 활동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 발언을 함으로써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을 더는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윤 총장이 지휘하는 수사에 정치적인 색채를 입히는 것이었고, 그 결과 그 수사를 담당하는 많은 검사에게도 동일한 의심을 갖게 했다”며 “윤 총장은 어떤 경우에도 넘어서는 안 되는 검사의 본분을 넘어서 버렸다고 판단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최형창·이창훈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