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전격 사의표명을 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추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안을 제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이후 추 장관은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거취 결단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치켜세웠다.
추 장관이 사의를 밝혔다고 해서 곧바로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 내년초 예정된 개각 때 신임 법무부 장관이 지명되고, 청문회를 통과하면 추 장관이 내려올 수 있다.
직에서 내려오면 추 장관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두가지로 좁혀진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와 대권 직행이다. 아직 추 장관의 마음은 대권 직행에 더 쏠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음달 장관직에서 물러나면 공교롭게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에 출마하기 적절한 시기가 된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추 장관의 서울시장 경선 참여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친문 당원들에게 인기↑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은 설날(2월12일) 전에 치러진다. 경선은 여론조사50%·당원투표50%다. 5선 의원 출신에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지낸 추 장관은 올 한 해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면서 인지도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 장관에게 크게 불리하지는 않다. 추 장관이 더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부분은 당원투표다. 민주당은 최근 각종 경선에서 권리당원의 표심이 선거결과를 좌우하는 경향을 띄고 있다. 지난 8월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대의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이원욱 의원이 권리당원 투표와 여론조사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아 낙선한 바 있다.
반면 친문(문재인 대통령)성향의 김종민·신동근 의원은 권리당원의 지지를 업고 지도부에 입성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세계일보 통화에서 “윤 총장과의 갈등 국면에서 추 장관이 가족까지 희생하면서 버텨왔는데 특히 친문 열성 지지 당원들에겐 보석같은 존재가 됐다”며 “사의 표명 뒤 나온 대통령의 발언도 추 장관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선물이 됐다. 측근으로 통하는 김민석 의원이 선거기획단장으로 있는 것도 추 장관에게는 득이면 득이지 실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2011년 서울시장 경선 출사표, 결과는 3위
추 장관은 9년 전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무상급식 논란 끝에 직에서 내려오면서 보궐선거가 치러졌는데 이 때 당내 경선에 추 장관이 나왔다. 당시 후보로는 추 장관 외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천정배 전 의원, 신계륜 전 의원이었다. 추 장관은 “민주당이라는 큰 나무뿌리가 흔들릴 때마다 종갓집 며느리처럼 그 뿌리를 지켜왔다”며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 맞설 수 있는 강단있는 후보 추미애가 이제 가짜 서울을 끝내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예산 낭비, 전시행정, 토목예산 줄이고, 복지예산, 교육예산 늘리고 일자리 많이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당시 경선 중 국민여론조사에서는 25.9%로 2위를 차지했으나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17.8%를 얻는데 그쳐 종합 21.8%로 박 장관과, 천 전 의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이 때 박 장관이 1위를 차지해 민주당 후보가 됐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의 야권 단일 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추 장관 입장에서는 도전했다가 실패한 서울시장직에 다시 나서면서 명예회복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결국 출마 명분이 문제
추 장관은 2016∼2018년 민주당 대표를 지내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승리, 지방선거 압승을 이끌었다. 여권에서는 무게감으로 보면 서울시장 보다는 대권 직행이 더 맞다는 시각도 있다. 추 장관이 현재 여권 차기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에 크게 뒤지는터라 이를 뒤집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고 이듬해 한 번 더 선출된 뒤 5년 행정 경험을 쌓고 대선으로 가는 방향을 주변에서는 권한다고 한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부동산 문제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추 장관은 지난 7월 관련 현안에 “그린벨트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해서는 안된다”면서 부동산 정치 ‘훈수’를 두기도 했다. 검찰 개혁 일부를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추 장관이 부동산 문제 해결사로서 명분을 들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추 장관과 가까운 한 여권관계자는 통화에서 “주변에서 바로 대권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서울시장을 거치고 가는 것도 추천하고 있다”며 “본인은 아직 결단하지 않았지만 어찌됐든 사의표명을 하면서 ‘다크호스’가 된 건 분명하다. 적절한 출마 명분만 주어지면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