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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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청둥오리

지난가을 ‘삐유∼삐유, 휘∼휘’ 하면서 파란 하늘을 수놓던 도요새들이 강 하구와 갯벌 이곳저곳을 다니며 왕성한 식욕을 보이더니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다. 추위가 찾아오기 전에 따뜻하고 먹거리가 많은 남쪽 나라로 떠난 것이다. 떠들썩한 잔치가 끝나고 휑해진 우리 산하에는 북녘에서 오리와 기러기들이 다시 내려와 그 빈자리를 메우고 더 왁자지껄한 한마당을 벌이고 있다. 환경부에서 지난 11∼13일에 전국 206곳의 습지를 조사한 결과 총 157만마리의 조류가 관찰되었고 이 중 오리과 조류(오리, 기러기, 고니류)는 111만여 마리였다.

백조라고도 알고 있는 고니, 기러기 그리고 오리류는 전 세계적으로 174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48종이 기록되어 있다. 이 중에서 청둥오리는 이름도 익숙하고 전국 어디에서나 습지가 있는 곳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종이다. 수컷의 머리는 광택이 있는 짙은 청록색이고 목에 흰 띠가 특징적이다. 암컷은 담황색 얼룩이 있는 갈색으로 보호색을 갖추고 있다.

청둥오리는 우리나라, 중국, 러시아, 유럽 및 북미에 이르기까지 분포권이 매우 넓은 종이다. 겨울철에나 볼 수 있어 더운 곳에서는 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 대만이나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까지도 분포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다른 새들에 비하여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사육하고 있는 오리 대부분은 야생 청둥오리로부터 기원한다고 알려져 있다. 소규모로 사육하던 과거에는 심각한 질병이 많이 없었지만 오랜 기간 비위생적으로 밀식사육을 하면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하였고 야생 오리류에 전파되어 교차감염도 발생하는 실정이다. 조류인플루엔자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가금인플루엔자로 불렸고 피해는 간헐적이었지만, 개도국에서 가금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물류의 확대로 전파 속도와 범위가 커지고 있다. 청둥오리가 겨울을 잘 지내도록 배려해주기를 기대한다.

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