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주요 변수로 부상하자 여야가 안철수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에게 ‘입당 러브콜’을 보내면서도 국민의힘 후보로 승리할 수 있는 자강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과의) 정당 통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 더 이상 거론할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3자 구도가 형성되더라도 “(국민의힘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 안 대표와 관련해 “대응하지 말라”고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다가 콩가루 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안 대표의 입당과 본인의 출마를 연계한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며 자강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3.5%로 민주당(29.3%)과의 격차가 커졌다. 안 대표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국민의당 지지율도 덩달아 8.0%로 뛰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안 대표 영입에만 공을 들이다가 야권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뿐 아니라 내년 대선까지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있다.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제1야당이 끌려가는 모양새로는 야당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와의 결선 투표에서 박원순 후보로 단일화가 된 뒤 극심한 내부 갈등을 겪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아니라 안 대표로 단일화되는 경우 야당 분열의 형태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입당을 최선의 방안으로 보고 유인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당 사무처는 지지율 높은 외부주자에게 예비경선 면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안해 자료로 만들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아직 공관위에서 해당 방안이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안 대표에게 언제든 입당해서 경선에 참여하라고 한 만큼, 언제든 들어오게 하려는 맥락에서 예비경선 면제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당이 보궐선거 이후 당대당 통합을 조건으로 내건 뒤 먼저 후보 단일화를 하는 방식도 당 일각에서 제기된다.
여권 주자들은 일제히 안 대표 때리기에 나섰다.
서울시장 출마가 예상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안 대표를 겨냥해 “갈지(之)자 행보를 하는 분에게 서울을 맡겨도 되느냐는 물음이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라디오방송에서 “(야권의) 단일화는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신동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대표가 최근 연세대 김동길 명예교수를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김 교수 같은 극우 인사를 만나 전의를 다지는 모습을 보니 태극기집회에서 안 대표를 볼 날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며 “중도혁신의 도리깨질 흉내도 제대로 못 냈던 사람이 도끼질을 하겠다고 나서니 위태롭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한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 공천재심위원회를 구성하고 공관위원장에 김진표 의원을 선임했다.
한편 안 대표는 이날 신년 인사차 대구 팔공산 동화사를 방문했다가 무소속 홍준표 의원과 조우했다. 우연히 만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홍 의원이 국민의힘 복당 불발 시 제3지대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두 사람이 모종의 공감대를 나눈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현미·배민영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