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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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더 쏟아낸 일회용품 쓰레기…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까 [밀착취재]

수도권 생활자원회수센터에 쌓여가는 쓰레기 풍경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면서 지자체별 폐기물 처리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의 한 자원순환센터 야외 선별 적치장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다.

‘인류의 필요에 의해서는 지구 하나로도 충분하지만, 인류의 탐욕을 위해선 지구가 몇 개라도 모자란다.’ 이 오래된 명제는 오늘날 현실에서 과장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확산한 비대면 소비문화는 일회용품 사용을 부추겼다. ‘분리해서 배출했으니 어떻게든 재활용되지 않을까?’ 이러한 재활용에 대한 막연한 믿음은 ‘많이 만들고, 많이 쓰고, 많이 버리는’ 생활양식을 지탱하고 있다. 이토록 마구 버린 대가를 어떻게 치르게 될지 당장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고, 또 모든 것은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젯밤에도 누군가는 배달 음식을 주문했고, 플라스틱 용기를 비닐봉지에 싸서 버렸다. 대문 밖에 내어놓은 ‘재활용 쓰레기’의 여정을 따라가 봤다.

지난해 12월 수도권의 한 생활자원회수센터를 찾았다. 도시가 매일 밤 쏟아낸 쓰레기들은 이곳으로 모였다. 중장비에 의해 쓸어 담아진 폐기물은 선별용 컨베이어벨트로 빨려들어 갔다. 벨트 양쪽에 선 사람들은 손수 쓰레기를 골라냈다. 거대한 현대식 시설엔 재활용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마술 같은 공정이 있을 것 같지만, 결국 사람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분리해야 한다. 모터는 쉼 없이 돌아갔고, 쓰레기는 그들 앞에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손들은 빠르게 기계처럼 움직이며 유리병, 캔 따위를 플라스틱과 분리해냈다.

 


선별 시설 관리자 박모씨는 “(코로나19 이후) 지난해 유입 폐기물의 단위 물량이 15% 증가했다”면서 “분석 결과, 파지(종이)와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용기가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처리 과정 자체가 큰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불하는 일이기에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늘도 플라스틱 848t이 쓰레기로 버려졌다.(2020년 상반기 환경부 통계 기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5.6% 증가한 수치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17년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의 실질 재활용 비율(에너지 회수 제외)은 22.7%에 불과하다. 분리배출된 플라스틱의 대부분이 소각되거나 땅에 묻힌다는 의미다.

버려진 쓰레기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쌓일 뿐이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생태적 현실이다.

 

글·사진 하상윤 기자 jony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