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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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쓰레기 독립선언’… 버릴 곳 잃을 위기 서울·경기 ‘당혹’ [뉴스 인사이드]

수도권 지자체 ‘쓰레기매립지 전쟁’
인천 수도권매립지 당초 2016년이 기한
환경부 포함 4자, 2025년까지 연장 합의
인천시 추가사용 조항 반발 “자체 처리”
환경부 ‘화들짝’… 대체 매립지 공모 착수
다급한 서울시, 인천시에 합의 이행 압박
경기도도 대안없어 “혜택 만큼 책임지라”
인천시 “2025년 마지노선”… 자체 부지 선정
대체부지 논의 ‘골든타임’ 넘기고 평행선
사진=인천시 제공

단일 매립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2074만9874㎡)인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서울·경기·인천 3개 시·도의 해묵은 갈등이 해를 넘기며 계속되고 있다. 당초 2016년 그 역할을 다하기로 계획됐지만 우여곡절 끝에 수명이 10년 연장됐다. 이런 결정이 나기 1년 전에 서울·경기를 비롯해 환경부에서 향후 수도권 내 쓰레기를 묻을 장소가 없다는 이유로 한시적 사용 기한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관할 지자체인 인천시 역시 매립지를 종료하면 당장 폐기물을 처리하기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고 그해 6월 28일 쓰레기 대란을 막자는 대의적인 명분을 앞세워 ‘4자 합의’를 맺었다. 매립 기간은 2025년까지로 늘리고, 대신 인천시에서는 주변의 개발 지원·협조와 여러 금전적 혜택 등을 얻었다. 인천시는 이 결정이 절대 악수(惡手)였다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득만큼이나 실이 큰 독소 조항이 담겼기 때문이다. 합의에는 ‘단,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에는 잔여 터의 최대 15%(106만㎡) 범위 내에서 추가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가 달렸다. 이를 명분으로 서울·경기는 인천시 의사와 상관없이 현 매립지 연장에 재차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개 시·도가 함께 대체부지 확보에 관한 연구용역을 벌여 2019년 하반기 마쳤지만 그 결과를 아직도 내놓지 않고 있다.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인천시는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앞서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자체적으로 매립지를 만들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시민의 날 행사’ 때 ‘쓰레기 독립’을 발표하며 서울·경기 지역의 쓰레기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알렸다. 즉각 지자체 간 소통의 창구였던 4자 협의체에서는 발을 뺐다.

그러자 줄곧 해당 지자체들이 알아서 대안을 찾으라며 관망세로 일관하던 환경부가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 산하기관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통해 대체부지 입지 공모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저마다의 그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서울·경기는 환경부와 함께 일정을 진행키로 한 반면 인천시는 여전히 독자 행보를 걷고 있다.

◆“오해 말라, 찾고 있지만 마땅한 곳 없어”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민감한 사안이라 다 밝힐 순 없지만 앞선 용역을 통해 경기도 6곳, 인천시 2곳의 후보지를 도출했다. 여기에 어떤 시설이 설치되고 대상지에는 어느 정도 인센티브를 줄 것인지 큰 틀에서 윤곽이 나왔다. (인천시가) 갑자기 (쓰레기) 독립 선언을 한 것은 문제가 있다.”(서울시 자원순환 담당)

현 시점에서 가장 다급한 지자체는 서울시다. 간략히 별도 매립지를 만들 땅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찾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한 것’이란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동시에 인천시를 향해 과거 4자 합의를 이행하라고 매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2019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950t(1일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의 약 10%)의 일반쓰레기를 수도권매립지로 보내 묻었다.

현재 서울시는 4곳의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을 운영 중이지만 이미 가동률이 최대치를 넘어 과부하가 걸렸다. 내부적으로 최소 두 곳을 새로 건립하면 수도권매립지에 전혀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이마저도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이 시설을 짓고 실제로 가동하는 데에만 4∼5년이 걸리고, 특히 혐오시설인 탓에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정상적인 진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누구 잘못이라고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다만 4자 합의를 통해 환경부·서울시가 매립면허권의 665만㎡(전체의 41.6%)를 인천시에 줬으며, 반입수수료는 50% 가산해서 연간 약 700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경기도가 지불해온 반입수수료도 동일하다. 반입료와 별도로 50%가량의 수수료를 배출하는 곳에서 받아 제공했다.”(경기도 환경국 관계자)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경기도 또한 인천시를 압박하기는 마찬가지다. 2015년 4자 협의체가 맺은 합의에 따라 ‘받은 만큼 책임을 지라’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매립면허권 등 대가와 지역 발전 수혜란 이득만은 챙기고 의무를 저버리겠다는 건 상식 밖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5년 동안 뭐했나… 더 물러나지 않겠다”

“환경부와 3개 시·도는 지난 20년 동안 수도권매립지 운영으로 인한 환경적, 경제적 피해를 일방적으로 감내해온 인천시민과 주변 지역 주민의 고통과 아픔에 인식을 같이한다. 이에 수도권매립지 정책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2015년 수도권매립지 운영의 연장에 합의할 당시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은 손을 맞잡고 이같이 말했다. 악취와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의 세월은 조만간 끝날 듯싶었다. 대체매립지를 확보하기 위해 3개 시·도가 참여한 추진단은 용역에 나서는 등 후속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연구 결과는 공개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발표되지 않았고, 서울·경기·인천과 환경부의 대체매립지 조성 논의는 ‘골든타임’을 넘기고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진=인천시 제공

인천시는 4자 합의가 근본적으로 훼손됐기 때문에 서울·경기에서 단서 조항만을 두고 권리를 행사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판단한다. 결국 공모를 거쳐 지난해 11월 자체매립지인 ‘인천에코랜드’ 후보지로 옹진군 영흥도를 그리고 신설 광역소각장은 중구 신흥동, 남동구 고잔동, 강화군 용정리 등 3곳을 선정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쓰레기 독립과 자립에는 변동이 없다.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는 그야말로 더 물러날 곳이 없는 마지노선”이라며 “과거의 합의는 존중해야겠지만 전향적으로 출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4자 협의체) 논의 테이블에도 앉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를 제외한 환경부·경기도·서울시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현 매립지를 대체할 ‘광역폐기물처리시설 입지 후보지 공모’ 업무를 위탁하고 지난달 29일 비대면 형식으로 첫 간담회를 개최했다. 공모는 4월 14일까지로 최소 220만㎡ 면적을 충족시켜야 한다. 설치 사업비의 20%(2500억원 추산) 이내에서 주민편익시설을 설치·제공하고 특별지원금 2500억원도 지급된다.

 

수도권매립지 제3매립장 전경

◆수도권매립지, 처음부터 난지도 대체 개념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우리나라는 1980년대부터 심각한 폐기물 처리 문제에 봉착했다. 인구가 밀집된 1수도권 지역은 특히 심각했다. 서울의 경우 산업화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폐기물을 한강 곳곳에 있던 폐하천 터 중 하나인 난지도에서 매립했다. 1987년 말에 이르자 난지도매립지도 한계에 도달했다. 인천시, 경기도 등의 상황도 서울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폐기물을 묻을 대체매립지의 확보가 시급했다.”(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20년사)

 

21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에 따르면 현재 매립지는 1978년 탄생한 난지도를 대신하기 위해 마련됐다. 1985년 1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난지도 매립 종료 이후의 쓰레기 대책 수립을 지시한 데 따른다. 당초 경기도 일원이 후보지로 검토됐으나 해당 지자체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거대한 쓰레기 산을 이룬 난지도 인근에서는 각종 악취, 가스, 수질오염, 해충 발생 등 2차 공해까지 발생했다.

 

대안을 찾지 못한 서울시는 결국 1986년 3월 당시 환경청에 “정부가 나서 매립지를 조성해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환경청은 해안지방이 제일 적지라고 판단해 그런 곳을 물색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렇게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뜻밖의 장소가 나타났다. 1986년 12월 인천시가 관내 동아건설 간척지에 자체 쓰레기 매립장을 만들겠다고 환경청 승인을 요청한 것이다.

 

환경청은 인천시의 방안을 서울시 요청과 결부시켜 광역매립장 용도로 전환시키는 한편 발빠르게 동아건설과 인수 협의를 추진했다. 협의 끝에 김포지구 절반(20.7㎢)에 해당하는 북쪽 지역을 양도키로 하고, 1987년 9월 전 전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받았다. 매입비는 환경청이 150억원, 서울시가 300억원을 내기로 했다. 처음부터 지금 인천 수도권매립지 출발이 난지도 매립지 대체부지 개념이었던 셈이다. 서울시는 사업비를 분담하면서 그 비율만큼 매립면허권을 가졌다.

 

1989년 1월 환경청과 3개 시·도는 협정으로 일련의 절차를 마무리하고 그해 9월 착공에 돌입했다. 이때 건설비는 사용자인 서울시 241억원, 인천시와 경기도가 각각 38억원을 투입했다. 제1공구는 2년6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1992년 2월 준공해 폐기물 반입이 본격 이뤄졌다. 환경관리공단이 위탁하던 운영 전반 업무는 2000년 환경부 산하 SL공사가 설립되며 모두 이관됐다. 수도권매립지에는 2020년 말까지 누적 1억5117만t 폐기물이 묻혔다. 하루 평균 960대의 폐기물 차량이 드나들고 있으며 지금도 진행형이다.

 

인천·수원=강승훈·오상도 기자, 정지혜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