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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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당국 반발도 틀어막는다…與, 4차 재난지원금 공식화

당정 갈등 정면돌파 나선 민주
이낙연 “재정의 주인은 국민” 강조
보편·선별 병행 지급 방식 재확인

홍 부총리 SNS 발언엔 총공세
서훈 “서민들 피눈물 외면” 성토

고심 깊은 靑 “이견 좁혀나가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서상배 선임기자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재정당국의 반발에도 이낙연 대표를 중심으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정면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당내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사퇴론’이 분출하고 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 대변인은 3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4차 추경에 필요한 재원 확보는 이 대표가 앞장서고 당 지도부가 나서서 강력한 리더십 발휘를 통해 반드시 관철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다수의 회의 참석자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민의 극심한 고통을 정부 재정을 통해서 덜어드려야 한다’는 이 대표의 연설과 의지를 관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본질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4차 재난지원금 ‘보편·선별 지급 병행’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에 홍 부총리가 즉각 제동을 걸자 집권여당의 강력한 리더십 발휘를 통해 재정당국의 반발을 틀어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데 필요하다면 재정을 쓰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재정의 주인은 결국 국민이다”고 홍 부총리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당정 협의에서는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길 바란다”며 보편·선별 지급 방식 추진 방침을 재확인했다.

당내에서는 집권여당의 구상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홍 부총리에 대한 ‘사퇴론’이 분출했다. 최 수석 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에서) 홍 부총리가 공개 반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다. 그래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 강력하게 제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염태영 최고위원은 공개발언을 통해 “홍 부총리가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논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해 감정이 묻어날 정도로 여당 대표의 의견을 반박한 건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재난지원금 논쟁이 홍 부총리의 거취 문제로 확전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 의원의 ‘유감 표명’은 이어지고 있다. 설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서민의 피눈물 외면하는 곳간지기는 자격이 없다”고 홍 부총리를 직격했다.

당정 간 갈등이 계속되면서 청와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견을 좁혀나가지 않고 끝까지 계속 이렇게 간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홍 부총리를 교체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한국 경제 성과를 설명한 홍 부총리의 페이스북 글을 공유하며 신임을 보여준 바 있다. 홍 부총리를 교체할 경우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후임 부총리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김민순·이도형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