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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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재난지원금, 일단 '선별 지급'으로 가닥…대상·금액 관심 집중

방역 위한 정부의 영업 제한이나 금지 조치로 연말과 설 대목 망친 업종의 업주들 실질적인 영업 손실 보상하라고 당정 압박 / 9조3000억원 투입된 3차 재난지원금 때보다 지급 규모 커질 듯

보편과 선별을 놓고 갈팡질팡하던 4차 재난지원금이 선별 지급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대상과 금액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역을 위한 정부의 영업 제한이나 금지 조치로 연말과 설 대목을 망친 업종의 업주들은 실질적인 영업 손실을 보상하라고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어 9조3천억원이 투입된 3차 재난지원금 때보다 지급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원 대상과 금액을 정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재원은 한정됐는데 피해 업종에 대한 두터운 지원에 방점을 두면 수혜 대상을 압축할 수밖에 없고, 대상자를 늘리다 보면 지급액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더 두텁고 넓게 지원하려면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4차 재난지원금과 관련 "3차 대유행 피해 복구를 신속히 지원하기 위해 맞춤형 피해지원부터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 국민 지원에 대해서는 "내수 진작용 지원은 코로나 진정 상황을 보며 논의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추후로 미루고 정부의 강제 조치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피해를 본 업종을 중심으로 선별 지급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합뉴스와 신년 인터뷰에서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이후 한 달 보름간 지속된 당정 간의 갈등과 밀고당기기가 '선(先) 선별- 후(後) 전 국민'으로 타협점을 찾은 모양새다.

 

한계 상황에 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피해 업종에 대한 지원의 시급성,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앞으로 몇 차례 추경을 더 편성할지도 모르는 터에 실탄을 아껴야 한다는 현실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재정이 화수분은 아니다'며 재정건전성을 들어 전 국민 지급에 반대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버티기가 일단 먹혀든 셈이다.

 

김 원내대표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에 대해 "2월 중 추경을 편성하고 3월 초 국회에서 처리한 뒤 늦어도 3월 하순까지는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지급 대상과 지원액, 이를 위한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 편성 규모를 결정하기 위한 당정간 논의가 급류를 타게 됐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어려운 국민을 위한 맞춤형 지원은 넓고 두텁게 이뤄지도록 정부에 요구하겠다"면서 "넓게는 제도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자는 것이고 두텁게는 현장의 고통에 근접하게 지원하자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추경 규모에 대해 "좀 더 촘촘히 살펴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편성을 해야 하므로 3차 재난지원금보다는 조금 더 규모가 커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3차 재난지원금으로 9조3천억원이 투입됐던 것을 감안하면 4차 재난지원금은 10조원이 넘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3차 재난지원금 가운데 방역 예산 8천억원을 빼면 실제 지급액은 8조5천억원이며 수혜자는 580만명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피해 자영업자 소상공인 309만명에게 5조1천억원, 특고·프리랜서 등 고용 취약계층 87만명에게 5천억원. 일반 소상공인·중소기업 업주 26만명에게 1조원, 근로자·실직자 102만명의 긴급 고용안정 지원에 1조6천억원, 취약계층 57만명의 사회안전망 보강에 3천억원이 각각 지원됐다.

 

이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280만명에 대한 지원액을 3차 때의 100만∼300만원보다 두텁게 하면 예산 소요액은 늘어날 수 있다. 여당에서는 현재 4억원으로 돼 있는 소상공인(일반업종)의 매출 상한 기준을 끌어올려 대상자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준을 완화하면 지원 대상자가 100만명 이상 증가할 수도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만 고통을 겪는 것은 아니다. 임금 감소나 실직 등의 피해를 본 해당 업종 종업원들에 대해서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영업규제로 소상공인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면 해당 업종 종사자들에게 충격이 없을 리 없다"면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 임금 감소와 실직 등으로 고통을 겪는 대면 서비스업종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