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자신을 죽일 것이란 망상에 시달려오다 결국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18년간 ‘편집조현병’으로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 뉴시스 등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마성영)는 지난 19일 살인 혐의를 받는 정모(47)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와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을 명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편집조현병으로 인해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도 “(생명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살인죄는 그 이유를 불문하고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해자의 딸 역시 자신의 어머니를 허무하게 잃은 슬픔과 그 범인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의 아버지라는 충격에 평생 감내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 속에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해자의 언니 등을 비롯한 피해자의 유족도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라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정씨는 지난 2003년부터 망상적 사고 및 환시 등 편집조현병으로 정신치료 및 약물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아내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빠져 있던 중, 지난해 8월18일 아내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아내가 자신을 죽이기 전에 자기가 먼저 아내를 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일 정씨의 아내는 시어머니(정씨의 모친)·딸과 함께 거실 소파에 앉아 있다가 무방비로 남편에게 공격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피해자가 아파트 계단으로 피신했지만, 정씨가 뒤따라가 잔혹하게 범행을 이어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