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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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으로 끝맺은 ‘文·尹 589일 동행’ [윤석열 총장 전격 사퇴]

입력 : 2021-03-04 18:44:33
수정 : 2021-03-04 21: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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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에서 결별까지
박근혜 탄핵 결정적 근거 끌어내
文, 후보에 없던 尹 檢 총장 낙점
조국 수사로 관계 틀어지기 시작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결국 결별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촉발된 청와대와 윤 총장 간 갈등이 윤 총장의 이날 사의 표명과 문 대통령의 수용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을 맞았다. 2019년 7월25일 검찰총장에 임명 된 후 589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19일 취임 후 ‘돈봉투 파문’으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물러나자 후임으로 대전고검 검사 신분이었던 윤 총장을 기용했다. 윤 총장은 이미 박영수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구속을 끌어낸 상태였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고, 윤 총장은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정권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이 윤 총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이루어지기도 했다.

2019년 5월,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 후임 제청 당시 첫 번째 후보군 명단에 윤 총장은 들어있지 않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시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콕 집어 ‘윤 중앙지검장은 명단에 왜 없습니까’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특수부 출신인 윤 총장은 현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와 맞지 않는다.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라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낙점했다. 임명식장에서 문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게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같은 해 8월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갈라지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해 “마음의 빚이 있다”는 표현으로 윤 총장의 수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동안 문 대통령은 침묵을 지켰다. 사실상 추 전 장관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12월, 윤 총장 징계안이 법원 판결로 정지되자 문 대통령은 화해의 손길을 건넸다. 현 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인 신현수 수석을 임명했다. 하지만 두 달도 지나지 않은 2월,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둘러싸고 신 수석과 박범계 장관이 충돌하면서 화해 모드는 종료됐다. 윤 총장은 이날 정권의 검찰개혁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면서 사의했고, 문 대통령은 1시간 15분에 이를 받아들였다. 한 여당 관계자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닥쳤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