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다음달부터 대형 상수도관 20㎞에 대한 기계적 관세척을 실시한다. 설치한 지 오래됐고 수계전환 등으로 혼탁수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20개소)의 직경 400∼600㎜ 상수도관이 세척 대상이다. 서울시는 2024년까지 혼탁수 발생 우려 구간의 상수도관 478㎞를 정비해나갈 계획이다.
21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각 시·도는 환경부 개정 ‘상수도관망시설 유지관리업무 세부기준’에 따라 이달부터 송수·배수 관로에 대해 최초 매설 후 매 10년 이내 1회 이상 관세척을 해야 한다. 지난해 인천 등지의 ‘붉은 수돗물 사태’, ‘깔따구 유충 사태’ 등이 먹는물 안전관리 강화의 시발점이 됐다.
서울시는 이보다 1년 앞선 지난해부터 대형 상수도관 정비계획을 세웠다. 2019년 6월 문래동 수질 사고를 계기로 대형 수도관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해서다. 문래동 수질 사고는 영등포구청역∼도림교 간 직경 800㎜의 배수본관 노후화(1973년 부설)로 일대 학교·아파트에서 혼탁수가 발생한 것을 말한다.
서울상수도본부는 관세척 의무화 이전인 2009년부터 직경 350㎜ 이하 수도관에 대해 5년 주기로 물세척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400㎜ 이상 대형관은 대규모 단수를 수반하는 데다 마땅한 세척 방법이 없었다. 이에 지난해 10월 ‘상수도 관망세척 기술경진대회’를 열어 민간기업의 다양한 관세척 공법을 발굴했다.
시가 발굴한 대형관 세척 공법은 다양하다. ‘삼송하이드로’는 추진 노즐과 청소 노즐을 이용해 고압수로 세척하고, ‘경영건설’은 로봇을 통해 관로 내부를 세척한 후 나선형 스크루로 퇴적물을 제거한다. ‘대연테크’는 고압펌프를 이용한 브러시와 패드로 세척한다.
그런데 왜 노후관 교체가 아닌 상수도관 세척일까. 전문가들은 주기적으로 관을 청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깨끗한 수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승일 고려대 명예교수(환경시스템공학)는 “서울처럼 인구가 밀집돼 있고 대형관이 많은 도시는 관의 교체에 따른 교통혼잡, 장시간 단수, 고가 비용 등을 수반하는 교체보다는 관세척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관 세척 효과는 확실하다. 서울시가 2018∼2020년 세척한 소형관(951㎞)의 세척 전후 수질검사를 실시했더니 탁도(기준 0.5NTU 이하)는 평균 0.14NTU 감소했고, 잔류염소(기준 0.1∼4.0㎎/L)는 0.06㎎/L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척 전 수질 상태도 양호한 편이었으나 관내 이물질을 제거함으로써 수질이 더 향상됐다는 얘기다.
서울상수도본부는 올해 21억원을 들여 혼탁수 발생 우려 지역의 대형관 20㎞에 대한 관세척을 시행할 계획이다. 다음달 우선시행 구간 10㎞에서 관세척을 실시한 뒤 추진 결과 등에 따라 올해 안으로 10㎞를 추가 세척한다. 또 2024년까지 630억원을 들여 강관(107㎞)과 덕타일주철관(371㎞) 478㎞를 정비할 방침이다.
백호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선제적인 상수도관 청소사업을 시작으로 서울시뿐만 아니라 타 시·도에서도 상수도 관망 관리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과거 사후 수습식 수돗물 관리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더 깨끗한 물이 각 가정에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