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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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적자 공기업 ‘돈 잔치’,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국내 공기업 36곳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600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 9조원에 달했던 당기순이익이 문재인정부 첫해인 2017년 4조2000억원, 2018년 2조원, 2019년 1조2000억원으로 쪼그라들더니 지난해엔 18곳이나 적자를 냈다. 철도공사·석탄공사 등 만성 적자 공기업 외에 마사회 등 11곳이 적자로 돌아섰다. 민간기업이라면 당장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는 등 자구책에 나섰겠지만 공기업은 달랐다. 정부라는 보호막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마사회 등은 코로나19 사태로 여행·레저 수요가 줄었다고 강변하고,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국제유가 하락 등이 원인이라는 한가한 소리를 한다. 공기업들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는 도를 넘는다. 공기업 직원 수는 2016년 12만6972명에서 지난해 15만명으로 4년 새 18%나 늘었다. 허리띠를 졸라매기는커녕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8156만원으로 전년보다 2.6% 올랐다. 창사 이후 첫 적자를 낸 마사회 회장 연봉은 44% 인상됐다. 가히 ‘신의 직장’이라 불릴 만하다. 기관장을 견제할 감사 상당수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로 채워졌다. 제 역할을 할 리 만무하다.

지난해 공기업 부채는 397조원에 이른다. 공기업 부채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상환 의무를 지는 국가채무는 아니지만 국가보증채무, 공적연금의 손실 예상액을 포함하는 ‘그림자 부채’로 불린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순간 공기업 부채는 나랏빚이 된다. 재정 건전성 악화로 국가 신용도가 하락하고 재정 운용이 타격을 받으면 그 부담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정부는 공공영역을 공기업에 맡기는 대신 자금조달을 쉽게 해준다. 공기업은 정부의 지급보증에 의지한 채 재무개선 노력을 외면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탈원전·한전공대 설립 등 무리한 정부 정책에 따른 비용부담 전가도 공기업 부실의 원인이다. 가뜩이나 선거용 ‘세금 살포’로 정부 재정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공기업 부채 급증은 간과할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기업 채무도 나랏빚 체계에 포함시켜 강도 높은 감시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공기업 부채도 결국은 국민이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새겨들을 만하다. 민간 대형은행처럼 자본규제를 도입하는 등 특단의 대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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