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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뜀박질 물가에 ‘보복소비’까지… 인플레 공포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불안요소
파·고춧가루 등 농산물 17.9% 급등
정부 “코로나 기저효과로 일시적”
전문가 “경기 회복땐 급등 가능성”
지난 4일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덩달아 소비자·생산자 물가 역시 뛰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되면서 억눌렸던 ‘보복소비’까지 더해지면 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5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107.39)는 지난해 동기 대비 2.3% 올랐다. 이는 2017년 8월(2.5) 이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파(270%), 사과(51.6%), 고춧가루(35.2%) 등 농산물이 17.9% 급등했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류(13.4%)도 뛰었다.

앞서 지난 3월 생산자물가지수(106.85)도 2월보다 0.9%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물가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유가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1분기 배럴당 30달러대였던 유가는 현재 6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유가의 기여도가 0.5%포인트에 이른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가 한창이던 전년 동기를 기준으로 한 만큼 ‘기저효과’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외식 등 서비스 물가가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저효과와 아직 부족한 수요 등을 감안하면 2%를 넘어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일시적’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유가·원자재·곡물가격 강세에 더해 ‘펜트업(지연·보복) 소비’까지 더해지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만약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를 넘으면 이는 2012년(2.2%) 이후 9년 만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원자재 가격상승 등이) 결국 공업제품, 서비스 가격 등에 반영되면서 물가상승세가 더 빨라질 수도 있고, 경기 회복과 함께 수요 회복 요인까지 더해지면 물가가 ‘부스팅(급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가 인상, 농수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실제 수치상 물가보다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더 높다”며 “코로나가 진정되고 보복소비가 일어나 수요 측이 견인하는 물가 압력까지 더해지면 그때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끝나면 수요가 더 늘면서 물가가 더 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