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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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무죄 준 1심 법원, 위해성 제대로 평가 안해”

학계, 판결 인용 당국 자료 비판
“누적 노출량 따져야 하는데 간과
핵심 성분 폐손상 위험도 오판”

최근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임직원 등이 연루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항소심이 시작된 가운데 이들에게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제품의 위해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학계 비판이 나왔다.

20일 학계에 따르면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연구팀은 최근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 “(1심 재판부가) 판결에 인용한 연구의 목적·한계·독성학·측정기술·노출평가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재판부가 활용한 연구 자료가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2019년 환경부의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농도 연구를 판결에 활용했다. 이 연구는 가습기 살균제 권장 사용량(10mL)의 1∼10배를 2L 용량 가습기에 물로 희석해 넣은 뒤 공기 중에 있는 CMIT·MIT 농도를 측정했다.

연구팀은 “CMIT·MIT 노출 위험은 특정 시점의 공기 중 농도뿐 아니라 가습기에 넣은 총량과 사용 시간·기간 등을 고려한 ‘누적 노출 용량’을 고려해야 한다”며 “(환경부 연구는) 담배 1개비에 든 유해 물질의 공기 중 농도로 폐암의 위험을 판단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수용성인 CMIT·MIT 성분이 하기도에 도달해 폐 손상이나 천식을 일으키기 어렵다고 본 판단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CMIT·MIT는 단독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안정제로 첨가된 훨씬 많은 양의 질산마그네슘과 혼합돼 있다”고 지적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