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한 보호시설에서 생활해 온 유모(21)씨는 보호종료 이후 당장 살 곳을 찾는 것부터가 막막했다. 퇴소 당시 은행 이용이나 저축 등 기본적인 재정관리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그는 2018년 3월에 ‘삼성 희망디딤돌 강원센터’에 입소해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습비와 영어 어학시험, 운전면허 취득 학습비 등을 지원받았다. 센터에서 소개받은 재무설계사로부터 재정관리 교육도 받았다. 원하던 세무사 사무소 취업에 성공한 유씨는 2020년 10월 센터를 퇴소해 현재 세무회계 1급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박모(21)씨는 그룹홈에서 지내다 보호가 종료돼 2018년에 퇴소했다. 한 기업 생산직으로 취업은 했으나 회사의 경영 악화로 기약 없이 입사가 미뤄지게 됐다. 막막한 상황에서 ‘삼성 희망디딤돌 부산센터’ 정보를 접한 박씨는 그해 7월 입소했다. 센터 담당자의 진로 상담과 도움으로 박씨는 2019년 한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학업에 매진 중이다.
유씨나 박씨 같은 보호종료 청소년이 해마다 약 2600명 쏟아져 나온다. 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시설을 떠나 자의건 타의건 자립의 길에 들어서야 한다.
삼성전자가 이들 보호종료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삼성 희망디딤돌 광주센터’를 2일 개소했다.
‘삼성 희망디딤돌’은 보호종료 청소년이 안정적 환경에서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주거공간과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광주 서구 쌍촌동에 건립된 지상 5층 규모의 센터는 보호종료 청소년이 최대 2년간 1인 1실로 거주할 수 있는 27개의 독립된 주거공간과 교육과 상담을 위한 공간, 북카페, 피트니스센터 등의 시설을 갖췄다. 연인원 360여명의 청소년이 자립 체험과 각종 교육에 참여할 예정이다.
삼성 희망디딤돌은 2013년 ‘삼성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기부한 금액으로 시작된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활동이다. 삼성은 2013년 12월 신경영 20주년을 기념해 특별격려금을 임직원들에게 지급했고, 임직원들은 이 중 10%를 기부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신경영 20주년 기념사에서 “우리의 이웃, 지역사회와 상생하면서 다 함께 따뜻한 사회,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한 데 임직원들이 호응한 결과였다. 삼성전자는 기부금을 뜻 깊게 사용하기 위해 임직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제안받았고, 당시 직원 2만3000여명이 투표에 참여해 기부금으로 지원할 CSR 사업을 직접 선정했다. 그중 하나가 ‘보호종료 청소년 자립지원 프로그램’이었고, 이 명칭이 입소자에게 ‘낙인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에 ‘삼성 희망디딤돌’로 바꿔 지금껏 시행해왔다.
기부금 250억원을 토대로 2016년 부산과 대구, 2017년 원주 센터가 운영을 시작했으며, 이 3개의 센터에서 지난해까지 연인원 8494명의 청소년이 자립을 체험하고 교육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회사 지원금 250억원을 추가해 내년까지 전주, 진주, 목포 등에 9개 센터를 추가 개소할 예정이다.
이날 성인희 삼성 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뜻을 펼치는 보호종료 아동이 사회에서 제대로 자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청소년들을 응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