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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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잡아먹은 '조국의 시간'…송영길 ‘반쪽 사과’ 후폭풍

“반쪽짜리” 여론 뭇매 쏟아지고
친문 전재수·김용민은 공개반발
“宋 하차 안 하면 탄핵” 청원도
宋 “與·曺, 이제 각자 길 가야”
박용진 “曺가 윤석열 총장 추천”
曺 “내 책 읽어보시라” 반박글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조국 사태’ 후폭풍이 당내 분열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출간이 불을 댕겼다는 평가다. 송영길 당 대표가 고개를 숙였지만, 곧장 ‘반쪽짜리’ 사과라는 여론의 뭇매가 쏟아졌고, 일부 친문(친문재인)계 의원은 “부관참시”라며 조국 사태와 관련한 당 차원 사과에 반발했다. 강성 지지자들은 송 대표의 탄핵을 언급했다. 당을 향해 “나를 밟고 전진하라”던 조 전 장관은 정작 자신을 향한 지적이 원내에서 제기되자 “책을 읽어보시라”고 맞받았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송 대표가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한 것에 대해 적절했다는 반응이다. 송 대표는 이날 일부 언론을 통해 “민주당과 조 전 장관은 이제 각자의 길로 가야 한다”며 “어제(2일)부로 당내 조국 문제는 정리됐다”고 밝혔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부동산정책 수립 및 코로나19 방역, 경제 활성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와중에 조국 사태에 당이 더는 발목 잡힐 수 없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해 윤건영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조 전 장관을 좋아하는 분들의 마음이 아플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당 대표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는 “대표로서는 전체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재수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왜 사과를 하냐는 당원 글이 상당히 많았다”고 했고, 김용민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왜 그 시점에 사과성 발언을 했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제3자인 당이 조 전 장관에 대해 사과를 한다는 것은 잘 맞지 않는 부분”이라고도 했다. 송 대표가 전날 사과와 관련해 “우리 최고위원들 간 사전 회의를 통해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한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소통 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보고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송 대표를 비난하는 글이 이어졌다. 여기에는 “송 대표의 자진하차! 안 하면 탄핵!”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이 와중에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소장파 박용진 의원이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총장직에 추천한 분이 조 전 장관 아닌가”라며 “(그에 대한) 반성도 있는지 궁금하다”고 조 전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에 대한) 경고와 우려가 있었을 텐데 최종 임명과정까지 어떻게 가게 됐는지,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으로 역할이 어땠는지 궁금하다”고 ‘조국 책임론’을 제기했다. 조 전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왜 이런 부정확한 말을 하실까요”라며 “책(조국의 시간)을 읽어보시면 좋겠다”고 받아쳤다.

당 지도부는 조국 사태를 털어내길 바라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한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골라 패도 정도가 있지 너무 심하다. 당이 왜 나서나”라며 “당까지 나서서 부관참시도 아니고 밟고 또 밟아야겠나”라고 했다. 정청래 의원은 “검찰과 언론에 당할 때 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적극 옹호했다. 사과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