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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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털어내자 ‘경선 연기론’ 고개… 민주당 ‘산 넘어 산’

고영인 의원 “몇몇 초선 의원들, 대선 경선 연기 논의 제안”
송영길 “대선 기획단 출범해 정리”…경선 연기론에 유연한 입장 내비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한 대국민사과 와 함께 “민주당과 조 전 장관은 각자의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 당이 본격적인 대선 준비 모드에 돌입했다. 대선 준비 첫 발걸음인 대선 후보 경선 일정과 관련해 당 지도부는 ‘원칙론’을 강조해왔지만, 당내에선 점차 경선 연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초선 모임인 ‘더민초’의 운영위원장을 맡은 고영인 의원은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몇몇 초선 의원들이 저한테 대선 경선 연기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며 “4∼5명한테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내주로 예정된 더민초 회의에서 경선 연기론을 공식 논의하기로 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이것을 공식적으로 논의하느냐 마느냐는 굉장히 정치적인 문제”라며 “(공식 논의 보도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 일정 연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5·2 전당대회의 흥행 실패를 지적하며 “민주당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경선 흥행과 자강이 필요하다. (현행 당헌·당규상) 9월로 예정된 일정을 이대로 강행한다면 지난 전대와 같이 ‘우리만의 잔치’로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조직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경선 흥행을 일으킬 때 지난 4·7 재보선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며 “(민주당 경선이) 국민의힘보다 늦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국민의힘보다 빠르게 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앞선 재보선 당시 국민의힘보다 20일가량 먼저 당 후보를 선출하면서 선거 전략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 지도부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엿보인다. 송 대표는 지난달 18일 경선연기론에 대해 “당헌당규상 이미 ‘룰’은 정해졌다는 말만 하겠다”며 사실상 연기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나 지난 2일에는 기자들과 만나 “대선기획단을 이달 중순경 발족시킬 예정”이라며 “여러 가지 의견을 대선기획단을 출범해 정리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종 판단을 대선기획단에 맡기면서 경선연기론에 대해 다소 유연해진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일각에선 대선기획단 출범 시점이 경선연기론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를 지켜본 뒤 경선 일정을 판단하겠다는 전략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실제 당 대표에 선출된다면, 4·7 재보선 참패로 심각한 2030 민심 이반을 확인한 민주당으로선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서다.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당내에선 경선 연기가 이번 대선이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언택트’로 진행되는 데 대한 대응책도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재 당헌상 민주당은 6월21∼22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9월9∼10일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집단면역으로 대면 집회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11월까지 시간이 한참 남은 상황에서, 경선마저 비대면으로 이뤄진다면 흥행 참패는 불 보듯 뻔하지 않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에선 내년 초 대선후보 등록 직전까지 경선을 이어가며 국민적 관심과 열기를 끌어모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어, 민주당의 ‘9월 초 후보 선출’은 4·7 재보선과 마찬가지로 선거 전략 노출로 이어질 수 있다.

 

경선연기론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이재명 경기지사다. 현재 이 지사가 여권 내 ‘1강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한 상태에서 경선 일정을 늦추면 당이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이 지사도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경선 연기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지사와 함께 ‘여권 빅3’로 불리는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선수가 경기 룰에 대해 언급할 순 없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상태다.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주자 중에선 이광재, 김두관, 박용진 의원과 최문순 강원지사 등이 경선 연기에 찬성하고 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