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대기 오염에 노출된 아기는 체지방 축적과 대사성 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경오염물질에 노출된 임산부가 낳은 여아는 허리둘레가 늘어나고, 남아는 성장 저하와 복부 비만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22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미국 콜로라도 대학 생리학과 타냐 알데레트 교수팀은 임산부의 대기오염 노출 정도가 아기의 비만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의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 미국 이주민) 집단에선 청소년 4명 중 1명이 비만인 반면, 백인 청소년 집단의 비만율은 14%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했다.
특정 집단의 비만율이 유독 높다는 것은 비만이 운동‧다이어트 등 개인적인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고 연구팀은 봤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산모의 흡연이나 대기 오염 노출은 저체중아나 미숙아 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기 오염 탓에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이는 생후 첫해 동안 급격한 성장을 통해 정상 체중을 따라잡는 경향을 보였다.
신생아 때 일어나는 급격한 체중 증가는 나중에 어린이나 청소년이 된 후 당뇨병‧심장병 발생위험을 높이고 비만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아기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환경오염 물질을 찾아내기 위해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태어난 히스패닉계 영아 123명을 추적‧관찰했다.
연구팀은 미국 환경 보호국(EPA)의 자료를 활용, 임산부가 마실 수 있는 네 가지 환경오염 물질의 노출량을 측정했다. 해당 임산부가 낳은 아이의 체중‧키‧체지방률 등을 주기적으로 재 아이의 건강 상태를 파악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임산부의 대기 오염 노출이 아이의 생후 첫 6개월간 체중‧체지방률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엄마의 태내에서 환경오염물질인 오존과 이산화질소에 노출된 여아의 허리둘레가 많이 늘어나는 것이 목격됐다. 남아에게선 성장 저하와 함께 복부 지방이 더 많이 쌓였다. 복부 지방과 허리둘레는 모두 아이가 자란 후 심장병‧당뇨병 등 대사증후군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다.
알데레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엄마의 환경오염물질 노출이 아이의 체중 증가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됐다”며 “임산부는 아이의 건강을 위해 오존 농도가 높거나 대기 오염이 심한 날엔 창문을 닫고 실외 활동을 피하는 등 대기 오염 노출의 최소화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환경 건강’(Environmental Health)에 실렸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