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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지기' 홍준표와 김어준, '반윤석열'로 뭉치나 [뉴스+]

홍준표 “안 잘리고 계속 방송하고 있네요?” 김어준과 티격태격
2004년부터 20여년간 이어온 두 사람 인연
‘윤석열 견제’라는 공통 숙제 앞에서 힘 합치나
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과 진행자 김어준. 김어준의 뉴스공장 페이스북

“서울시장 바뀌면 제일 먼저 김어준씨가 잘릴 줄 알았는데. 그런데 왜 안 잘리고 계속 방송을 하고 있네요?”

 

최근 국민의힘으로 돌아온 홍준표 의원이 지난 1일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김씨를 향해 대뜸 공세를 폈다. 자신을 불러 놓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된 질문을 늘어놓자 진행자를 공격하면서 화제를 돌린 것이다. 김씨는 “오세훈 시장이 (자르려고) 노력을 많이 하신 것 같은데, 국민의힘에서도 노력을 많이 하신 것 같은데 그게 잘 안 됐나 보다. 저도 궁금하다”라고 응수했다.

 

TBS는 서울시의 재정지원을 받는다. 여권 성향 스피커인 김씨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박원순 전 시장 재임 기간 TBS에서 방송을 맡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면서 김씨부터 방송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20여년 이어온 인연

 

이날 방송에서 티격태격했지만 홍 의원과 김씨는 ‘20년 지기’다. 정치적 성향은 달라도 개인적으로는 친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2011년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인간적으로는 (홍 의원을) 안지 한 10여년 됐다”며 “그 양반의 정치적 스탠스는 한 번도 지지해 본 적이 없지만 소탈한 면도 있고 솔직한 편이다”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둘의 인연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인터넷 매체 딴지일보를 창간한 김씨는 한겨레 객원기자로도 활동했다. 홍 의원은 지난 4월 페이스북에 “김씨를 처음 만난 것은 20여년 전 그가 한겨레 객원기자 시절에 와이드 인터뷰를 하면서부터였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둘의 만남은 계속됐다. 2007년 김씨가 S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앤조이’를 진행할 때 홍 의원이 매주 ‘시사감식반 홍반장’ 코너에 고정 출연해 입을 맞췄다. 2011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홍 의원이 인터넷 라디오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출연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나꼼수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 논란과 편법 증여 등 한나라당을 끊임없이 저격하고 있을 때 당 대표가 직접 출연해 설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나꼼수’ 라는 팟캐스트를 할 때는 두 시간 반 동안 정봉주 전 의원과 주진우 전 기자와 논쟁을 하면서 방송을 한 일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홍 의원은 2017년 경남지사를 지낼 때와 자유한국당 대권 주자로서도 방송에 나와 김씨와 꾸준히 인연을 이어갔다.

 

◆홍 의원, 은퇴 요구했던 김어준과 재회...‘반윤연대(?)’

 

그러던 지난 4월 무소속이던 홍 의원이 페이스북에 김씨의 은퇴를 권유하는 글을 올렸다. 홍 의원은 “세상을 발아래 내려다보고 자기가 설정한 기준에 따라 강변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며 “옛날에는 그것이 김어준의 매력이었지만 강자로 떠오른 지금은 그것이 오히려 김어준씨에게 반감만 갖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고 했다.

 

그랬던 홍 의원이 복당하자 김씨에게 다시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김씨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출연했을 뿐 아니라 김씨의 유튜브 방송인 ‘다스뵈이다’에도 불러달라고 했다. 김씨가 “홍준표 의원님과는 오랜 인연도 있고 서로 언어도 잘 이해하고 있으니 저희가 좀 자주 모시려고 한다”고 말하자 이에 응답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홍 의원과 김씨는 유력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견제해야한다는 공통 숙제를 안고 있다. 차기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라는 산을 넘어야 본선에서 여권 주자와 자웅을 겨룰 수 있다. 여권 스피커인 김씨에게도 윤 전 총장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존재다. 김씨는 지난 29일 방송에서 “윤석열씨 입장에선 지금 입당하면 저 무서운 자들에 의해 지지율만 헌납하고 본인은 오리알이 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는 게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과 윤 전 총장이 경계해야 할 대상은 보수 내부에 있다는 한 출연진의 지적에 맞장구치며 야권의 내부 갈등을 예견한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결과적으로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며 “김어준씨가 직접 윤석열 전 총장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홍준표 의원에게 물어서 답을 얻는 방식으로 보수 진영 내 비판을 끌어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 교수는 “홍 의원이 김씨와 너무 가까운 모습을 보이면 보수 유권자들과 중도층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한, 최형창 기자 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