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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이후 야외 음주 금지, 단속 실효성 있을까 [뉴스+]

6일부터 밤 10시 이후 한강 주변과 공원 등에서 음주 금지
법적 근거 없던 공원 내 음주 규제에 감염병예방법 적용
규제 위반시 즉시 계도 대상, 불응시 과태료 10만원이하 부과
“구체적 지침 못받아” 일선 현장 혼란, 단속 인력도 부족
“실내 5인 집합금지도 못 막으면서...자영업자만 타격”
“공원은 애초에 술 마시러 가는 곳 아니야” 시민 의견 엇갈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야간 야외 음주 금지 계도활동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따라 서울시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 한강공원 전역과 25개 주요 공원에서 야외 음주를 금지한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6일부터 한강 주변과 공원 등에서 오후 10시 이후 음주를 금지했으나, 일선 현장에선 당장 단속 인력이 부족하고 구체적 지침도 받지 못해 혼란이 예상된다. 야외음주 규제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20·30대 코로나 확진자 급증...공원, 한강 등 한해 음주 제한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6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온라인 정례 브리핑에서 “공원과 한강 등에 대한 야외음주 금지 행정명령을 오늘 중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할 25개 주요 공원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한강공원은 7일 0시부터, 청계천변은 7일 오후 10시부터 음주가 금지된다.

 

‘심야 야외음주 금지’ 조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상황을 반영해 나온 결과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아졌고 특히 20∙30대 확진자 비율이 높다”며 “20∙30대가 주로 방문하는 공원 같은 밀집지역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름이 되면서 공원이나 강변 등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있고 한강 공원, 도림천 수변공원, 어린이대공원, 효창공원 문래근린공원 등에서 심야 음주 빈발 신고가 6월부터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규제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

 

야외에서 오후 10시 이후 술 마시는 것을 일절 금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야외에서 음주하는 걸 모두 금지하면 시민들의 불편함이 크기 때문에 청계천과 한강, 공원 등이 금지 대상”이라고 했다.

 

한강공원을 비롯한 25개 공원에 대한 음주 금지를 앞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매점에는 주류판매금지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갑작스러운 발표에 현장 혼란 예상

 

이번 ‘심야 야외음주 금지’ 조치는 지난 4일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발표됐다. 서울시에서 한강공원 등 ‘공공장소 음주 규제’ 논의를 진행하는 중에 나온 조치에 현장에서는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앞서 서울시는 한강공원 등 ‘공공장소 음주 규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후 금주 구역 지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해당 부서에 (단속을) 어떻게 하라고 구체적으로 내려온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우리끼리도 원래 지금도 공원은 금주 구역인데 밤 10시 이후부터 금주라고 말하면, 9시까지는 마셔도 된다는 의미인 건지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한강공원 내 방역수칙 위반을 단속∙계도하는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너무 급박하게 (지침이) 와서, 앞으로 예산 편성이 되면 인원을 뽑고 하면 되지만 지금 당장이 문제”라며 “우리 의견이 반영되는 과정 없이 일요일에 총리령으로 발표해서 좀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직원들이 6일 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에게 10시 이후 야간 음주금지 안내 및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 뉴스1

◆공원은 원래 금주구역? 

 

서울시 내 주요 공원에서의 과도한 음주는 이미 금지돼 있지만,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장소를 금주 구역으로 지정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겼지만, 이를 근거로 ‘공공장소 음주 규제’가 시행되지는 않았다. ‘심야 야외음주 금지’ 조치에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

 

서울시는 2017년 ‘서울특별시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면서 서울시 22개 공원을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했다. △길동생태공원 △서울숲 △보라매공원 △천호공원 △시민의숲 △응봉공원 △율현공원 △남산공원 △낙산공원 △중랑캠핑숲 △간데메공원 △북서울꿈의숲 △창포원 △월드컵공원 △서서울호수공원 △푸른수목원 △선유도공원 △여의도공원 △경의선숲길 △서울식물원 △문화비축기지 △어린이대공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해당 공원에서 음주를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조례이지 금주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조례에 따르면 ‘음주청정지역에서 음주하여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한 자’에 한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청계천에서도 ‘서울특별시 청계천 이용∙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음주가 허용되지 않지만, 이는 행정지도 대상이지 과태료 부과 대상은 아니다.

 

정부가 예고한 ‘심야 야외음주 금지’ 조치는 한강 주변과 청계천, 공원 등에서 음주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데 강제력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박유미 국장은 코로나19 온라인 브리핑에서 “감염병예방법을 적용해 감염병 전파 위험성 있는 장소 관련 부분, 마스크 착용 관련 부분에 대해 법적 근거를 갖고 (야외음주 금지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야외음주 금지 조치 위반시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즉시 계도 대상이 되고, 불응시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사진=뉴시스

◆“실효성 의문” vs “사건·사고 예방에 도움”

 

이번 조치에 대해 시민들은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과 사건∙사고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으로 갈린다.

 

직장인 이모(27)씨는 “실내 5인 이상 집합금지도 제대로 막기 어려운데 밖에서 먹는 걸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실효성은 없는데 편의점주 등 자영업자들에게는 타격이 클 것 같아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4)씨는 “공원은 애초에 술 마시러 가는 곳이 아니고, 최근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을 봐도 음주를 금지하는 게 사건∙사고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후 10시라는 기준을 두지 말고 이번 기회에 공원 내 음주를 완전히 금지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규제 실효성에 대해 서울시 관할 공원 내 음주 단속을 담당하는 푸른도시국 이승복 과장(공원녹지정책과)은 “집 근처에 벤치 하나 있고 나무 몇 그루 있는 조그마한 공원에서 혼자 조용히 캔맥주 하나 마시고 있는 걸 단속하는 건 분명 난감한 일일 수 있다”면서 “무조건적인 단속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봤을 때 지금의 코로나 상황과 맞지 않는, 많은 사람이 모여서 술을 마시는 곳을 집중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속은 수단일 뿐이고 이번 음주 규제의 목적은 코로나 예방”이라며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동참해서 스스로 조심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